[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 김정기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1년 건축물의 마감재(심재포함)는 준불연이상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을 하고도 시장준비 상황을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어 계속되는 대형화재에 무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시행시기를 2년이나 미루는 바람에 관련업계도 혼란에 빠져 있어 개정 건축법의 규정대로의 시행이 요구되고 있다.
14일 국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화재(29명사망)를 비롯해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 고시원화재(7명사망)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망38명) 등 대형화재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국토부는 2021년 2월 23일 국회의결을 거쳐 건축물의 마감재(심재포함)는 준불연이상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축법 개정을 확정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마감재로 기존의 EPS, 우레탄 제품은 사용이 불가하고 PF보드, 그라스울, 미네랄울 제품을 사용토록 했다.
국토부의 건축법 개정은 지난 2020년 4월 29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에서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이 주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추진된 것.
당시 20초만에 불이 번지고 인명피해가 많았던 것은 내부와 외벽 구조물로 쓰인 샌드위치 패널로 착화된 불길과 유독가스가 퍼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당시 2층에 있던 인부들은 급격하게 확산한 농연 탓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시안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를 흡입한 뒤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국토부는 가연성 건축 자재 화재 안전성 강화를 위해 건축법 개정을 서둘러 추진한 것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준불연재 생산업체가 생산체제를 갖추는 등 산업계 준비를 위한 1년의 경과조치 기간을 두어 2022년 2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다가 국토부 행정조치로 또 다시 시행을 1년 미루어 2023년 2월 22일까지 추가로 현장적용을 유예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이같은 행정조치에 따라 준불연이상 제품 생산준비가 미진한 업체에서 계속 어려움을 호소하면 2023년에도 유예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업계는 준불연이상 제품 개발에 등한시 하고 있어 건축법 개정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과 시행을 믿고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여 준불연이상 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오히려 현장 미적용으로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개발업체의 피해도 피해지만 대규모 화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현장적용을 유예하는 기간에도 2022년 1월 평택 물류창고, 2022년 5월 구미대형 공장, 2022년 9월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7명사망) 등 대형 화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건축법을 개정하고도 국토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대형화제는 계속되고 있으며, 시장의 준비를 위하여 경과조치 1년, 현장적용 유예 1년 총 2년간의 준비 기간을 허용했음에도 업체들은 2023년에도 계속 유예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전혀 생산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설사 시장에서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국토부가 강력하게 시행하면 업체들도 이에 맞추어 분명히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감재 준불연이상 제품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으나 추가설비 투자, 건설사들의 가격 등 부수적인 이유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규정에 맞춰 준비를 해나간 것이지 의도적으로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담당관계자는 “2022년 2월 23일 시행이 되야 하는데 기존 규정에 의해 시험을 받아 성적서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있었고 그 업체들도 기존 규정에 따라 샌드위치 판넬 등을 만들었던 만큼 성적서의 유효기간을 인정하기 위해 경과기간을 뒀다. 대부분 업체들 유효기간은 금년 12월에 끝나며 새로운 규정에 맞춰 현재 한국기술연구원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인정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와 건축학계에서는 “지금은 단순한 마감재 준불연재 사용뿐만아니라 강력한 화재예방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유기화학물질 퇴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토부는 더 이상 대형화재로 인한 국민 생명과 재산상 손해를 없애기 위하여 선진국처럼 100% 무기질 건축소재 적용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건축법을 추가로 개정해 불연재를 사용토록 강력 추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