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2000년에 들어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보호대상 아동·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이들 중 학대를 경험하는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대상 아동·청소년의 학대 경험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아동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지경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10대 시기 경험은 청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란 제목의 블루노트 보고서를 보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의 중요성 ▲10대 시기 전반 만족도(긍정정서) ▲10대 시기 우울 또는 자살 충동 유경험(부정정서)이 청년의 주관적 웰빙(well-being,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3요소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왕따, 우울증 등 10대 시기 부정적인 경험이 청년기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에 사고로 인한 큰 외적충격이나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성장한 경우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받은 상처가 큰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과거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재현되는 것 같고, 고통과 공포를 느끼게 되며,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랜 시간 남아 있게 된다.
배우자 구타, 아동 학대 등의 대표적인 가정폭력인 경우에는 사회공통 공감 언어와 형상, 심지어는 색깔조차 트라우마로 작용 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엄마의 손맛’ 이라는 단어는 음식을 장만하는 엄마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지만 가정폭력을 통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는 ‘흠칫’ 놀라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는 끔찍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작년 12월 14일 이태원 참사 당시 부상을 입고 생존했던 10대 1명이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망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심리 지원을 위해 파악했던 유가족 및 부상자 명단에 포함됐던 학생이다. 10대 사망자는 생전에 보건복지부에서 심리상담 등의 지원은 받지 않았다. 생존자들 중 겉으로 무덤덤한 모습이 10대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트라우마 반응이고, 유독 10대가 재난에 취약한 이유라고 심리전문가들은 말한다.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우려는 참사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왔던 문제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도 부상 및 심리 치료 지원 등을 위해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설치를 지시하고,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 치료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었다. 생존학생의 극단적 선택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해당학교 위클래스에 특별 상담실을 설치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굿 윌 헌팅’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 윌은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받은 학대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지만 심리학 교수 숀이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얘기에 위로를 받고 자신을 찾아가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이태원 참사는 분명 희생자와 생존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에게 막말을 하는 것과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의료계에서는 생존자들의 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방역 체계를 광범위하게 마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