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장소는 이야기가 더해져 의미가 깊어진다. 문학 작품 속 공간을 탐방하는 것은 활자로만 만났던 상상 속 대상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묘미가 있다. 소설 속 배경을 만나는 문학기행을 비롯해 거장의 육필 원고와 일상이 담긴 문학관 등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좋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거장의 역사가 담긴 그 곳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김수영문학관’은 김수영 시인의 역사를 담았다. ‘자유시인’, ‘저항시인’, ‘4·19 시인’, ‘민중시인’ 등으로 불린 김수영(1921~1968)은 도봉구에 살면서 200여 편의 시와 시론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김수영은 소시민의 애환을 담은 시를 쓰다가 1960년 4·19혁명을 기점으로 자유와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쓰기 시작했다. 사망하기 전까지 사회의 부조리와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글을 주로 썼다.
김수영문학관 1층 전시실에 김수영이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을 겪으면서 쓴 시와 시학, 육필 원고,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김수영을 조명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김수영이 앉아 원고를 썼던 식탁과 즐겨 읽던 서적들을 볼 수 있다. 창가에 김수영의 시집과 산문집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3층은 김수영도서관이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도봉구에는 이밖에 연산군 묘, 세종대왕의 딸 정의공주 묘, 우리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의 고택, 독립운동가 함석헌의 기념관 등 가볼만한 곳이 즐비하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는 박범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강경산 소금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이 들어선 강경북옥공원 일원은 이 지역 출신인 박범신 작가가 2011년 내려온 뒤 쓴 장편 소설 <소금>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연면적 933m²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 1층은 강경의 역사·문화 전시공간, 지상 1층은 박범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지상 2층에는 논산 지역 작가를 위한 전시공간과 체험 공방 등이 갖춰졌다.
박범신 작가의 생가인 연무읍 봉동리 두화마을을 비롯해 박범신 문학비를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견훤왕릉, 미내다리, 옥녀봉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명소들도 인근에 있다. 평양시장,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꼽혔던 강경시장도 방문을 추천한다. 강경읍을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짓고 살던 적산가옥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어 근대적 풍경 또한 마주할 수 있다.
근현대 명작 따라 걷는 도보 기행
서울시가 오는 9월 17일까지 운영하는 ‘서울문학기행’은 해설을 들으며 작품 속을 탐방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문학작품 속 배경으로 직접 등장한 서울 곳곳의 명소들을 문학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탐방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2016년 이후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는 답사 형식의 ‘서울문학기행’ 20회와, 관련 명소는 없지만 문학적으로 중요성이 있는 작품을 전문가의 강연으로 살펴보는 ‘서울문학강연’ 10회, 총 30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20명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서울을 주제로 도보 기행을 실시한다. 기행의 전문 해설은 맹문재(안양대 국문학과 교수), 박미산(시인), 김남일(작가) 등 문학계 전문가들이 동행하여 담당한다. 각 문학작품의 장면 속에 담긴 거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탐방은 모두 도보 기행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모든 참가자에게는 매회 참고 책자가 제공된다. 20번의 행사에서 다루는 주제가 각기 다르므로 참여자는 자신의 관심에 맞는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하여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