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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북한은 왜 개혁하지 못했나? <북한과 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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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몰락 이후 운명을 결정한 상황들 … 잊혀진 인물과 에피소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22년 탄생한 소련은 1948년 북한을 낳았고 1991년 이 세상에서 떠났다. 그러나 이 소련의 자식인 북한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스탈린이 사망하고 소련과 동유럽이 개혁 개방을 시작했지만 김일성은 북한 사회와 경제를 더욱 더 강력하게 통제했다. 이 책은 북한 역사에 소련파의 영향과 김일성 시대의 문을 연 배경을 소개한다.

 

 

비극의 시발점, 소련파의 개혁 분파 실패


북한 정권이 소련 통제에서 벗어난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도 북한은 스탈린 시대의 소련 유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소련 당국과 소련 출신자들이 세운 제도의 특징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소련은 1991년 망했지만 북한에서 소련식 제도는 없어지지 않았다. 동유럽과 달리 북한에서 스탈린주의 정권은 유지되었고 1967년경 더 탄압적인 유일사상체계로 진화해왔다. 김일성의 나라가 된 북한에서 이제 ‘위대한 소련’, ‘조선 인민을 해방한 소련 군대’, ‘탁월하신 수령이신 스탈린 대원수님’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북한 역사에 소련파의 영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소련파 안에 여러 분파가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 중에는 허가이, 박창옥과 같은 스탈린주의자도 있었고, 박의완, 유성철, 인노켄티 김 등 개혁 분파도 있으며 박정애, 방학세, 남일 등 김일성주의자도 있었다. 또한 북한의 정치 흑막 문일, 연안파 출신이지만 소련에 망명한 리상조, 김일성의 탄압을 직접 느껴 그의 본질을 알게 된 강상호 그리고 아마도 일찍부터 북한의 미래를 예측한 미하일 강은 어떤 분파에도 속하지 않았다.


스탈린 사망 직후 북한의 희망이 된 세력은 소련파의 개혁 분파였다. 당시 박헌영의 국내파는 이미 붕괴 중이었기 때문에 국내파 간부들 중 개혁 노선을 지지할 사람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연안파에 윤공흠, 리필규를 비롯한 개혁가들이 있었다. 김두봉도 친개혁 간부로 평가할 근거가 없지 않다. 그리고 용감한 서휘의 사상과 활동을 보면 그를 개혁가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당시 소련파와 연안파는 전략적인 차이가 있었다. 소련 지도자가 된 흐루쇼프는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과 달리 개혁주의자였다. 그래서 소련파 개혁가들은 대국(大國)의 지지를 받을 희망이 있었다. 그들의 실패는 곧 김일성 시대 문을 열었고 북한 인민에게 비극의 시발점이 되었다.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김일성주의자뿐이었다. 박정애, 방학세 그리고 남일 외에 여기 언급해야 할 인물은 김봉률이다. 그는 원래 소련 집단농장 위원장이었고 횡령으로 고발을 받아 수용소에 투옥되었다가 소련 극동전선 사령관 아파나센코 대장이 실시했던 사면 덕분에 석방되었다. 김일성이 복무했던 제88여단에서 트랙터 운전사로 알려져 있던 그는 1995년 조선인민군 차수로 사망했다. 1995년 이후 북한 지도층에서 소련파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북한은 외국, 즉 소련이 세운 나라다. 북한 체제는 훗날 김일성이 형성했지만 원본은 소련이 도입시켰다. 1950년대 북한은 이 길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도 소련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도부 야권 실패로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이 1인체제에서 벗어날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그 기회는 러시아나 다른 구소련의 공화국이었던 나라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나올지 내부에서 나올지 알 수 없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북한 주민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북한 엘리트 일부다. 1950년대 개혁가들이 일으키지 못했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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