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단백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한국 노인들의 식사는 탄수화물 의존 비율이 높고 단백질 섭취량은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영양 불균형 상태다. 단백질 식품의 섭취는 근감소증을 예방하며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 섭취 그룹 인지능력 높아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기능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인 삽화 기억(일화 기억)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환자 70% 이상이 앓고 있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 기능의 손상으로 기억력 감소부터 시작해 인지기능 이상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공격성 증가와 우울증 등의 성격적 이상뿐만 아니라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가 동반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우며 가족에게도 고통을 준다. 초기 발견이 어렵고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증상개선제 외에 손상된 뇌를 이전으로 돌려놓는 치료법이 없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금무성·서국희·최영민 교수·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 연구팀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알츠하이머 관련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치매가 없는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노년층에서 단백질 섭취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저하, 특히 삽화 기억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삽화 기억이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대상자 중 113명은 인지 기능이 정상이었고, 83명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다. 삽화 기억은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능력인 기억의 종류 중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서의 기억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주로 손상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노인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간이영양평가 방법으로 숙련된 연구자가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3개월 간 음식 섭취를 평가했다. 단백질 섭취는 우유·치즈·요구르트 등의 유제품, 콩류, 계란, 육류, 생선, 가금류 섭취량을 바탕으로 낮음, 중간, 높음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 기능 점수는 83점으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인지 기능 점수 67점에 비해 24%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삽화 기억 점수는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이 43점으로 낮은 단백질 그룹 34점 보다 27% 높았다. 영향변수들을 보정한 경우에도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 비해 전체 인지 기능과 삽화 기억이 약 20% 더 높았다. 그러나 언어능력·집행기능·시공간능력·주의력 등 비기억성 인지기능에서는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불균형 식사, 골격근량 손실 촉진
노화에 큰 영향을 받는 성인 근감소증은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의 대사 질환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노인노쇠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70세 이상 성인 1,983명의 2년 간 근감소증의 유병률과 위험요인을 확인했다. 그 결과 남성은 무게를 활용한 근육운동인 저항성운동, 여성은 적절한 영양과 신체활동을 통해 노쇠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근육 생성과 유지를 위해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영양섭취가 치료법이자 예방법이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연구는 노인노쇠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70세 이상 노인 801명을 대상으로 한국 노인의 식품군 섭취 및 영양상태와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에너지와 단백질의 부적절한 섭취는 골격근량의 손실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결과 고기·생선·계란·콩과 식품 섭취를 많이 하고, 채소 섭취가 많을수록 근감소증 유병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됐다. 단백질은 근육과 뼈를 구성하고 혈액순환, 면역력 향상 등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채소는 풍부한 피토케미컬을 통해 산화방지를 통한 항노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이준혁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한국인유전체역학 조사 자료를 분석해 성인의 하루 1회 이상 우유 섭취와 근육량 및 근력 유지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결과 성인이 하루 한 잔 이상 우유를 섭취할 경우 근감소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성인에 있어 하루 1회 미만 우유 섭취군은 하루 1회 이상 우유 섭취 군에 비해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1.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9년 동안의 추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도 우유를 하루 1회 이상 섭취한 군이 하루 1회 미만 섭취한 군보다 근육량이 꾸준히 높았음을 확인했다.
식물성 단백질, 비알콜성 지방간 예방
단백질 섭취는 지방간과도 관련이 있다.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이란 샤히드 베헤시티 대학 의대 암 연구센터 아나히타 만수리(Anahita Man-soori) 박사팀이 이란 아바즈의 한 건강센터를 찾은 243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121명·건강한 성인 122명을 각자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동물성 단백질 섭취량 등에 따라 상·중·하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단백질 섭취량 상 그룹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은 하 그룹보다 76% 낮았다. 반대로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 상 그룹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은 하 그룹의 3.2배였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이나 내장지방, 잘못된 식생활로 인한 과도한 칼로리 섭취, 대사장애, 당뇨, 근감소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뇌혈관 질환이 유발될 수 있고,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규칙적 운동과 함께 콩류, 닭가슴살과 생선류 등의 저지방 단백질과 채소 등을 섭취하고 당류와 과다한 탄수화물, 특히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예방 및 개선법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