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근식 신임 서울시교육감은 17일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한 지필고사에 대해 "일제고사 부활은 큰 재앙"이라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의 재발의와 관련해선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출입기자와의 상견례에서 "단순 평가로 특정 학교를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은) 교육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고사가 있을 때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하기 위해 (학습 능력이) 느린 학생들은 학교에 못 오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다만 "학습이 느린 학생을 위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진단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자신이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학습진단치유센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생인권법 제정이나 학생인권조례 재발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 교육감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경제 선진국, 문화 선진국, 다음으로는 교육 선진국이 돼야 한다"며 "10년, 20년 후에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공감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갔는가를 묻는 모범적인 사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시의회가 다음 달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상임위원회 심의 등을 속개할 예정이다. 다시 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완전히 아직 결론 난 게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폐지안이 통과됐지만 시교육청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며 효력을 잃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시의회가 폐지안에 맞서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정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완전 판결이 난 게 아니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시의회는 시민들의 대의기관이고,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 곳"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서로 상호 협력하는 관계기 때문에 최대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게 옳다"고 했다.
또 "민주진보 후보라고 하더라도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의원과 맞서서 싸우는 그런 교육감이 되면 시민들이 불행하지 않겠냐"며 "수 없이 설득하고, 잘못된 것은 따끔하게 질책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초·중·고 예산 확보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에 따른 학교 예산, 재정 문제가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학령 인구 감소는 질 높은 교육으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 삭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에서 (예산을)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내년 고교 무상교육 예산으로 52억6700만원을 편성했다. 올해 9438억원보다 99.4% 삭감된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에 따라 2019년 2학기 3학년을 시작으로 매년 확대 시행됐다.
재원은 정부 47.5%, 교육청 47.5%, 지자체가 5%를 부담했다. 그러나 해당 특례는 올해 12월 31일 일몰돼 내년부터 효력을 잃는다.
고교 무상교육 문제가 대두되자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며 "내년도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전액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하게 되는 것"이라고 대응한 바 있다.
정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 대학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의 중요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는 문화예술 분야의 교육을 위해서는 예산이 제대로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었다고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건 정치적 논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