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80분간 만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면담이 끝난 후 대통령실은 정부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자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고, 한 대표 측은 악화한 민심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요구했다고만 말해 빈손 회담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80분 동안 비공개 차담회를 가졌다. 한 대표가 '독대'를 요구한지 한 달만에, 지난 7월 30일 이후 약 80여 일 만에 성사된 3인 회동이다.
비공개 면담 뒤 브리핑에 나선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한 대표가 공개 요구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이른바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건의한 3대 조치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김 여사와 가까운 것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참모들의 인적 쇄신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임명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와 함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밝혔다고 전해졌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에 대한 서면 브리핑 등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화 주제와 관련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고,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양측이 합의 사항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이번 면담은 처음부터 의제나 목적에 대한 인식차가 커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
여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당일,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수락한 데 대한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거란 지적도 나왔다.
어렵게 성사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냉랭해진 당정 관계를 해소할 돌파구도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면담 이후 양측이 서로를 향해 직접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향후 여지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