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의 대명사격인 ‘로또복권’은 그야말로 서민들의 희망이요, 낙(樂)이다. 모으고 줄이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부자들의 세상’에 등극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 한 방에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로또는 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주변에 로또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로또복권은 대중화 돼 있다.
관심이 많을수록 탈도 많은 것일까. 최근 일부 로또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로또복권이 이월 없이 1등 당첨자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추첨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등 당첨자 많이 나오면 ‘조작설’ 슬금슬금~
물론 이런 설(說)들은 ‘일부’일 뿐이며, “터무니 없는 얘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로또를 발행하는 관련기관(국민은행, 복권위원회)들도 “따져볼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답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설들을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또복권을 매주 구입하는 ‘로또 매니아’지만 당첨이 되지 않자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관계기관에서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설들은 2002년 12월 로또복권이 생긴 이래 잠잠하면 이따금씩 고개를 들고 나와 로또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곤 한다.
처음 로또복권 조작설이 돌기 시작한 건 10회차 추첨 때부터였다. 당시 석주간 이월되다가 10회차에서 무려 1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온 것. 그러다 21회차 1등 당첨자가 23명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조작설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19, 20회차에서 단 한 명씩만 나와 각각 407억원과 193억원의 최고 당첨금이 나오면서 로또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을 때였기 때문이다.
로또 조작설이 불거진 시기는 각 회차별 1등 당첨자수의 변동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있다. 과거의 로또 조작설이 1등 당첨자가 한때 무더기 배출로 일어난 현상이라면, 최근에는 1등 당첨자가 이월 없이 평균 7~8명씩 무더기 당첨자가 나온다는 데 있다.
그럼, 로또복권의 당첨 조작설과 관련해 인터넷 상에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몇가지에 대해 진실을 밝혀보기로 한다.
왜 1등 당첨자수가 4~8명씩 나오나?
로또복권의 가장 큰 매력은 구매자 스스로가 번호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이월’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로또복권은 이월 한 번 없이 10명 내외의 당첨자가 나와 당첨금액이 1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은 1등 당첨자가 4~8명씩 나오는 것은 게임수 증가와 자동선택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판매금액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조정 되면서 판매액은 600억에서 평균 500억 원 정도로 줄긴 했지만, 게임수는 두 배로 늘어 대부분의 숫자가 조합이 돼 당첨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복권 구입 1게임 가격이 1,000원으로 하락한 88회차 부터는 이월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초창기 국내 자동선택 비율이 지난 19회차 407억원의 당첨자가 나오기 전까지 평균 13~14% 내외였던 것이 최근엔 70%로 높아진 것도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자동 선택시에는 번호의 분포가 다양하게 이뤄져 대부분의 숫자가 조합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게임수는 두 배 이상 늘고 자동선택 비율이 증가해 조합된 수 중 99.7%가 선택되고 1등이 안나올 확률은 불과 0.3%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월될 확률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이고 평균 7~8명의 당첨자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말한다.
추첨시 볼의 무게를 조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일부 네티즌 중에는 1등 당첨자를 정해두고 추첨시 볼의 무게를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화살’ 추첨방식으로 변경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로또복권은 사전에 볼 크기와 무게를 측정하고 리허설 등을 거쳐 검증작업을 마친 후 추첨방송 된다. 더구나 현행의 볼 방식은 미국, 유럽 등 로또 선진국의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 로또 추첨기는 미국 스마트플레이사가 제작한 할로겐(Halogen) 추첨기로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 받아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로터리의 ‘슈퍼 로또 플러스’와 21개주 연합 복권인 ‘파워볼’ 추첨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는 산하 복권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추첨방송 사전절차를 찍은 동영상을 올려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판매마감 시간(매주 토요일 오후 8시)과 추첨 생방송 시간(토요일 오후 8시45분)차가 왜 생기나?
국무총리 산하 복권위원회는 현재 로또복권 추첨방송을 8시45분 SBS에서 시행하는 이유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중파 방송을 선택한 것인데, 방송 3사 중 각 방송사의 방송여건(이 시간대는 주말연속극 등 프레임 방송 시간대이므로)에 맞추다 보니 그나마 판매 마감시간과 비슷한 시간대가 SBS의 8시45분만이 추첨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복권위원회는 “추첨시간을 늦춰 당첨번호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자 최근 추첨방송 시간대를 변경하거나 판매마감을 8시40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권위원회 하현봉 서기관은 “미국 등 외국서도 보통 80분에서 150분 정도의 차는 생긴다”면서 “기술이 어렵고 실익도 없다면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굳이 변경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밝혀 추첨시간 조정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추첨 즉시 당첨자수가 안나오는 게 수상하다?
국민은행 홈페이지에 당첨자수와 금액이 추첨 몇 시간 후에 발표되는 것은 시스템 사업자가 확인한 결과를 국민은행에서 검증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 문제는 왜 추첨 후 검증작업을 거치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한 확인절차 없이 당첨자를 올렸다가 만에 하나 발생할 지도 모르는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국민은행 측은 설명한다.
SBS 추첨방송에서 당첨번호가 나오면 슈퍼컴퓨터로 전송한다 해도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해 판매시스템과 관리, 감독 시스템 결과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면 국민은행 홈페이지에 당첨자수를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