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단 한 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제 진정성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대통령께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잇단 의혹제기와 한나라당의 사퇴 촉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제 경력과 재산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돼 왔다"며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 확인의 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불문곡직하고 제게 사퇴를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말은 들어보는 것이 도리이고 이치임에도 대통령께서 지명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하고 있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을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많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난다"며 자신의 결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어 "이제 감사원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 평생 소홀히 해왔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한다"며 "국가에 봉사하려는 저를 믿고 따라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제는 봉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 후보자는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이 법무법인 '바른'에 재직할 당시의 급여문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매월 30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며 "30년 법조경력을 가진 변호사와 이제 막 변호사를 시작한 사람과는 급여에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이를 용인하리라고 본다"면서도 "액수가 많아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가하게 그런 사소한 사항까지 보고받지 않는다"며 "결단코 총리실에서 조사한 사항이 민정수석실에 보고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입장조율을 했는지에 대해선 "오늘 아침에 통보했다"며 "그동안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제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이날 사퇴입장 표명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그의 감사원장 부적격 문제를 지적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