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양한 문화를 여가 생활로 즐기는 체험문화가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문인의 영역에 해당하는 도예부문에도 직접 체험하고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예는 관심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분야다.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욕구를 실현 가능한 길로 이어주며 도예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성형분야 베테랑 최용판 장인을 만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도예성형분야에 40년 세월을 투신한 최용판 대표는 2006년 초벌제품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산청초벌전시장을 개장, 지금까지 전국에 다양한 분야의 고객과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도자기를 접하게 된 데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도예산업이 활성화되던 1969년 소규모 도예공장에서 도자기 제조 공정 중 성형공정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입사 당시만 해도 취미에 불과했던 도예산업은 나에게 도예인으로 삶과 목표를 안겨줬다. 이후 1980년 도자기 생산업체인 선도산업의 창설과 함께 입사해 1997년 IMF를 맞이하기 전 까지 생산1과 공정에서 책임자로 일했다.
IMF로 인해 도예산업의 전반에 걸쳐 전문화, 분업화로 가는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초벌산업에 대한 애착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2006년 초벌전시관을 개설했다.
초벌의 과정은.
초벌은 도자기를 완성하기까지 70% 공정에 해당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때 묻지 않은 공해가 없는 순수한 도자기다.
초벌온도가 적당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도자기가 생산되더라도 그 생명력은 순간 물거품이 된다. 적정온도에서 적거나 넘치면 깨지기 쉬울뿐만 아니라 다음 공정인 2차 재벌시 유약이 제대로 도자기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요즘은 생산업체에서 초벌 온도를 800°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초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900°부터 950°까지 온도를 고수하며 초벌 제품을 완성한다.
초벌제품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의 미완성품이라 하여 관심 밖의 과정으로 취급해왔지만 화가나 서예가 그리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자기가 필요했던 작가들 사이에선 고급 도자기 못지않은 대접을 받은 것이 초벌제품이었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도자기전문점에서 고가에 구입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초벌산업의 미래는.
초벌제품이 도예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예상속에 전시관을 개장하면서 다양한 디자인 개발에 최선을 다했다. 생활도자기를 중심으로 초벌제품을 완성해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도예문화 교육센터를 방문,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전국의 수많은 소비자층을 형성하면서 주문생산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초벌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자기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초,중,고등학교의 체험학습이 일반화되면서 도예체험도 한 몫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초벌산업은 앞으로도 지속 성장 가능한 분야다. 특색 있는 디자인 개발과 차별화된 가격이 형성된다면 말이다.
초벌전시관에 대한 평가는.
우선 전시관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계속된 신제품에도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니 기쁘다.’ 요즘 사람들은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도예산업의 여건을 형성할 수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초벌제품을 구입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을 대신하는 것처럼 나 자신도 초벌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급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은.
초벌제품의 발전을 위해 계속된 디자인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와함께 고객수요에 맞는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첫 번제 과제이다.
두 번째로 현재의 전시관은 제품을 전시하는 곳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곳에 도예과정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많은 사람들이 도예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마지막으로 초벌산업의 발전을 위해 40여년이란 인생을 던져 일구워 낸 흙물배합, 온도조절, 진공작업 등의 정밀성형공정을 2세대에게 전수해 대를 잇는 기능인 가문으로 지켜가도록 하는 것이 세 번째 과제다.
아울러 도예인 이라는 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초벌구이를 통한 도자기 산업을 알리는 것이 우선인 만큼 다각도로 홍보에 매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