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7일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 덕진 선거구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고문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대의 요청에 따라 모든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며 "전주덕진 선거구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주시민과 80만 선거인단의 시대적 요구는 '공천혁명'"이라며 "공천혁명의 기폭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차기 행보와 관련 정 고문은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와 서울 서초 등의 출마 여부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 역시 지도부와 상의하겠다는 밝혔다. 지역구 후임자 공천과 관련 정 고문은 "차지 지역 위원장(공천자)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다만 책임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돌다리’ 포기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정치적 돌다리 걷기'를 포기하고 길이 없는 안개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정 고문의 지역구 불출마 의미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불출마를 '새 길'이라고 표현했다. '비장한 각오'라는 단어를 사용해 새 길이 순탄치 않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 만큼 정 고문으로선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보인다. 96년 15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 정 고문으로선 '가장 큰 선택'이라고 평가된다.
지난 15년동안 정 고문의 선택이 쟁취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선택은 '비움'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2000년 정풍 운동을 주도할 때,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그리고 2009년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등 모두 무엇인가를 쟁취하기 위한 결단들이었다.
정 고문 스스로 표현하듯 이번은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정치적으로 보면 '돌다리'를 포기한 것이다.
정 고문이 스스로 밝힌 불출마 배경은 '시대적 요청'이다. 시대적 요청은 바로 '공천혁명'이라고 못박았다. 정 고문은 시대적 요청의 주체로 전국민이 아닌 '전주시민과 80만 선거인단'이라는 표현했다. 주목되는 점은 '전주시민'이라는 표현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역구에 불출마하라는 것이 전주시민의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사실 지역구 여기저기서 정 고문이 더 성장하고 크려면 지역구를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2009년 대선 패배 이후 미국 체류 중 전주덕진 선거구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질 때도 돌아오면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전주시민은 정 고문을 받아줬다. 정 고문은 이후 당 대표 경선에 나가 2위로 최고위원이 되고 또 통합 전도사로 나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키는데 앞장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고문이 지역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대권주자로 호남 후보가 아닌 전국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꼭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정치 입문 동기였던 정세균 고문이 일찍이 지역구인 무진장-임실을 포기하고 서울 종로로 옮긴 것도 자극이 됐다.
이번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런 여론에 힘입어 정 고문 직계 후배들이 '한판 붙자'며 도전하는 양상도 생겨났다. 정 고문으로선 인간적으로 이런 후배들의 행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후문이다. 지역 여론에 자극을 받아 아예 중앙당 개혁의 바람을 넣고자 하는 것이 정 고문의 생각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공천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창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행보
정 고문은 향후 행보에 대해 전적으로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일체 구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재로선 부산 영도와 서울 강남권 중 한 지역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측근들에 따르면 부산 영도에 힘이 쏠리고 있다.
정 고문은 이에 대해 'NCND' 즉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거듭 당 지도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정 고문은 기자회견 말미에 "오는 4월11일 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말했다. 즉 총선승리를 일궈내겠다는 의미다. 이점을 고려할 때 어디든 지역구에는 꼭 출마해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