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중전이 한창이다. 전쟁이냐고? 물론 아니다. 항공사들의 전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양분해온 시장에 새로운 얼굴들이 하나하나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뉴페이스’는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6월 초 김포~제주 노선을 첫 운항한 데 이어 6월 중순 김포~김해, 8월 초 김포~양양, 10월 초 제주~김해 노선에 차례로 터보프롭 Q400을 띄웠다. 제주항공의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요금이다. 기존 항공사의 70~80% 수준으로 양대 항공이 분할해오던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제주, 여수, 울산, 포항 등 관광지나 기업도시 노선은 승객이 매년 평균 10%씩 늘어나고 있다”며 낙관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다른 공항도 항공요금이 비싼 탓에 승객들이 이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비싼 항공요금을 내리면 양양, 울진 등 항공수요가 적은 지방공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김포~양양 등을 오가는 노선은 한 번 운항에서의 승객이 70~80여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따라서 기존 항공사의 항공기와 요금으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지만 제주항공은 다르다. 정원의 75%인 55명이 타도 흑자가 나는 작은 비행기를 운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저렴한 항공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핵심은 프로펠러기에 있다. 프로펠러기의 유류비 소요는 일반 제트기를 운영하는 기존 항공사의 3분의 1 수준. 또, 프로펠러기로 인한 가격절감은 착륙료, 소음부담금, 조명료 등 공항비용까지 영향을 준다. 또, 제주항공은 항공권에 붙은 거품도 뺏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의 구매, 환불, 취소, 교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 항공권 발권비용도 상당 수준 절감할 계획이다. 기존 항공사가 제공하는 음료, 잡지, 신문 등의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주항공에 이어 한성항공도 ‘공중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성항공은 “이 달 말까지 1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 다음달초부터 제주~김포 노선 취항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성항공도 역시 저렴함 요금에 승부를 걸었다. 이에 대해 한성항공 관계자는 “연료효율이 제트기보다 휠씬 높은 터보프롭 기종을 채택하고 있어 낮은 가격에 운항할 수 있다”며 “파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항공요금의 거품 제거를 위한 행보를 해왔던 만큼 어쩌면 제주항공보다 요금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품을 고를 때 ‘싸고 질 좋은’ 것을 선택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자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격경쟁을 하다보면 거품은 빠질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제주항공, 한성한공은 이미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아직 항공업계에 태풍급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주항공이 출항한 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들의 탑승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이 정식 운항에 돌입한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대한항공의 김포∼제주 탑승자 수는 4만 8510명으로 전년 4만 5460명에 비해 6.7% 늘었다. 이 기간 탑승률도 78%에서 93%로 15%포인트 증가했으며 제주~김포의 탑승률(1일~13일)도 88%로 2%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김포∼제주 노선의 탑승률이 상승한 것은 공급 수가 전년에 비해 13%정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객이 늘어난데다 예약부도율이 낮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의 항공기가 안전하다고 해도 당분간 제트기를 선호하는 경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 국내수요 한계, 안전성…벽 넘어야 산다.
그러나 이들 항공사가 넘어야할 벽이 만만치는 않다. 가장 먼저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문제가 있다. 가격경쟁이 필살기에 가까운 이 항공사들에게 고유가는 가장 치명적인 적이 될 수 있다.
또, 국내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제주항공이나 한성항공의 장미빛 청사진에 의문부호를 남긴다. 사실 국내 지방공항은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도로망이 좋아지고 고속철도(KTX)가 생기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선 항공수요는 해마다 6~7% 성장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매년 1~2%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안전성 여부와 서비스의 질도 시작하는 항공사들이 꼭 검증받아야할 관문이다. 가격을 낮추는 데는 성공해도 ‘싼 게 비지떡’이라고 인식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항공기가 취항 3일 만에 고장이 발생해 지연운항 되면서 연결편 2편이 결항되는 사건이 있었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 서비스인 항공권 예약과 발권을 위한 전화 연결이 어려운 데다 지연 운항이 잦아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취항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 문 일 답] 제주항공 송영신 홍보팀 차장
“저렴한 비용이 경쟁력, 3년 후부터 이익낸다”저가항공시대를 열었다. 기존 항공사들도 국내선에서는 거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안이 있나?
이미 사업을 시작할때부터 사업성을 따져본 부분이다. 처음 3년은 적자을 보겠지만 그 이후부터 수익을 낼 것이다. 3년이후 부터 손익분기점이다.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것은 이미 검증이 된 부분이다. 그날 항공기가 40분 정도 지연된 것은 우박이 떨어지는 등 제주도 기류가 안좋아서 기장이 엔진점검을 하는 중 우박을 막아주는 도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는 늘상 있는 일 아닌가?
기존 항공사의 견제가 심하지는 않나?
언론에서 익히 봤던 정도다. 아직까지는 괜찬다.
제주항공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꼽아달라
일단 비용의 저렴하다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물론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가격의 거품을 줄였. 이 부분은 소비자가 감안을 할 것이다. 장기가 아이라 단지취항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보다는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더 큰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