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 속의 한탄강 댐, 강행
지난 90년대 말 임진강 유역의 대규모 홍수피해를 계기로 추진 된 한탄강댐 건설 계획은 지난 8년 간 수 없이 변경돼 왔다. 특히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감사원은 국책사업에 걸맞지 않게 댐 건설 목적 변경, 6차례 설계변경, 강수량, 홍수조절효과, 대안(제방안)의 사업비와 잦은 수치변경,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도 전에 시공사를 선정한 추진절차상의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며 “국회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한탄강댐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 것은 일단 첫 삽을 뜨고 보자는 식의 사업으로 건교부 및 수자원 공사에 책을 물어야 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 같은 논란을 뒤로한 채 강행하고 있는 한탄강댐 기본계획은 다음과 같다.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와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에 총사업비 1조956억원을 들여 건설되는 한탄강댐은 높이 83.8m, 길이 694m, 총저수량 2억7천만㎥규모로 수몰지역 등에 대한 보상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착공, 2012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책임 회피하기 위한 ‘즉흥곡’
수많은 논쟁과 논란 속에서 최근 건교부가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는 데는 환경보다는 연천, 철원, 포천지역의 수해 예방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교부 산하 수자원정책팀 관계자는 “한탄강댐은 강 상류가 북한에 있어서 폭우 시 하류 제방만으로는 역부족인 실정으로 홍수조절댐이 필요하다”면서 “더군다나 다목적댐과 달리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필요 없고, 안개 증가 등 생태 및 농작물 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어서 댐 건설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원군의 의견은 다르다. 철원군 투쟁위에 따르면 “정부는 관행적이고 안이한 댐 건설 계획을 임진강 홍수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계획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탄강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과장하는 등 발표한 댐규모에 맞춰 근거를 만들어 낸 것 뿐”이라며 “댐 건설 강행은 실패한 정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즉흥곡’일 뿐 국민과 주민들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투위는 “더 이상 명분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한탄강댐 건설을 중단해야 하며, 대홍수가 가져온 공포심과 대형 댐의 홍수조절 착시효과로 국민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며 댐 건설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각 시·군 간 갈등도 깊어져
현재 한탄강 댐 건설 반대를 추진하고 있는 철원군과 포천시. 포천시는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에는 철원시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지만 한탄강댐이 홍수조절용이 아닌 다목적댐으로 건설된다면 찬성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이처럼 변수를 두고 있는 포천시를 바라보는 철원군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철원 공투위 측에 따르면 “철원 주민들은 한탄강댐 건설 여부를 놓고 생계를 저버릴 정도로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는데 포천시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이 같은 입장차는 지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포천시 채희진 의원에 따르면 “한탄강 댐 건설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4개 시·군이 협의체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의견이 너무나 상이해 참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민심 뒤흔드는 정부
지난 5일 건교부 이춘희차관이 철원군번영회(회장 조규병) 회장단을 방문하면서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군번영회 측에 따르면 “한탄강댐이 홍수조절용으로 건설되더라도 댐 착공과 지역숙원사업을 동시에 착공한다는 등의 전제조건을 이차관에게 건의 했다”며 “건의 내용이 지역 숙원사업인 만큼 정부의 성의있는 답변이 있을 경우 공투위 등 군민들과 이 문제를 깊이 숙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공투위 김갑수 사무국장 등은 번영회 사무실을 찾아 조규병 회장에게 ‘빅딜론’으로 불리는 정부와의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항의 하는 등 분노를 표출해 지역주민 간 갈등도 심화 될 전망이다.
지난 8년 간 끌어 온 한탄강 댐 건설 사업으로 인해 지역과 주민들이 겪는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명한 의지와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데서 불거졌고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