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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승희 사건으로 본‘한국계’에 대한 우리사회의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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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협상 타결에 이은 최대의 이슈는 조승희(버지니아 공대 영문과 4년/23세) 총기난사 사건이었다.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엄청난 사실에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였고 용의자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우리는 또 한 번 경악했다. 꽃다운 청춘이 무참히 죽어갔을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한국계’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론몰이가 더 문제
세계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혈연’에 진한 애착을 갖고 살아간다. 거슬러 올라가면 분단의 아픔과 식민지시기를 살았던 민족으로서 같은 피를 나눈 형제애가 강할 수밖에 없을 것도 같다.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하나 된 모습과 최근 각종 아시안게임 유치를 둘러싼 지역민들의 열기와 염원은 분명 세계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 그로 인한 혜택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한국계’라는 것이 결부되면 ‘이때다’ 싶게 그 점을 부각시키며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 중심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사건의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월 17일 오전 뉴욕타임스 인터넷 신문을 통해 처음 사건의 참상이 전해졌고 범인은 ‘아시안계’라는 추정보도가 나왔다. 실시간 뉴스에 뜬 참상에 안타까워하는 한편, 사람들은 ‘혹시 한국인이면 어쩌지’ 라는 불안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잘못 보도된 외신을 인용한 한 언론이 그날 저녁 “중국인이 범인”이라는 오보를 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애도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기사에도 일제히 “한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투의 속내를 드러낼 정도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희생자 중에 한국계 혼혈 여학생 래리킴이 있었다며 그녀의 삶을 집중 보도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범인이 “한국계 미영주권 소지자”로 밝혀지면서 다음날 신문엔 약속이라도 한 듯 일면 톱으로 총기난사 범인이 ‘한국인’임을 부각시켰다. 더 나아가 이번 참사가 한미 FTA나 비자면제 협상, 미주한인의 안전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지난달 25일 한국인 유학생 네 명이 미국에서 백인의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승희와 관련한 아시아계의 보복공격 아니냐”며 사건을 몰아갔다.

조승희는 미국인이다
대통령은 세 번이나 미국인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심지어 주미대사는 재미한인에게 32일간의 순회단식을 요청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민감하게 받아들여 혹시 그로 인한 ‘불똥’이 튈지 모른다며 숨죽여야만 했다.
과도한 반응에 한쪽에선 너무 한국계라는 걸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좌중할 것을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드러내고 사죄를 하기보다는 세계인의 슬픔에 다같이 애도하는 양상으로 적절히 묻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오버(over)’에 정작 미국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진행중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조승희의 범행에 한국의 책임이 없다”고 답변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은 조 씨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말한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한국인의 잘못이 아니며 잘못이 있다면 이민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국에 있다”면서 “제발 사과를 그만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인이 이번 사건을 두고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데 대해, 시사 주간지 <타임>은 “한국인 대부분이 조 씨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한국인으로 보지 않지만 유난히 강한 민족주의로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민족주의 때문에 개인의 일을 전체의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의 영웅화
이런 불만은 한국 내에서도 일어난다. 네이버에 글을 올린 ‘푸르른 날’은 버지니아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정작 미국사회에서는 한국계라는 것을 심각하게 개의치 않는데 우린 너무 민감하게 반응들을 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란 나라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임에도 다만 우린 한국계라는 점 하나만 끄집어내 걱정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놓는다. 개별 사건을 확대 해석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각종 사건이 일 때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사회는 ‘한국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좋은 소식엔 유독 한국계를 부각시키며 영웅화 한다. 한국에 대한 기억도 없고 한국말을 하지 못해도 좋다. 단지 한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였다는 데 동일시하곤 한다. 그런 한편 자기 일처럼 자랑스럽게 여기고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을 강조한다.
프로골퍼 미쉘 위와 미식 축구선수 하인즈 워즈 등은 대표적인 ‘한국계 영웅’이다. 미쉘 위는(할아버지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긴 하지만)가 ‘천재 프로골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자 한국언론은 일제히 그가 ‘한국인’임을 부각시키며 각종 행사에 초정해 특별대우를 했다.
우리는 하인스 워드를 민족의 우수성을 알린 영웅으로 대접했지만 미식축구 수퍼스타가 되기 전의 그는 그저 부끄러운 혼혈인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사실 미식축구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게임의 룰도 잘 모르는 분야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한국계’에 대한 열광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다소 오래전 일이지만 ‘노랑나비’로 잘 알려진 이승희 씨는 당시 최초의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밖에도 대중문화 속에서 한국계 배우들이 미국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 반면 한때 대스타로 명성을 떨친 가수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기피한 것이 드러나면서 ‘용서받지 못할 자’로 낙인이 찍혀 한국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과도한 민족주의는 그러나 때로 득보다 실이 많을 때가 있다. 특히나 세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이백순 참사관은 “미국에서 한국인들끼리는 서로 잘 뭉치지만 타인종과 폭넓은 교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1.5세나 2세들까지 영향을 받아 미국 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미국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봉 경기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민족주의라는 마음의 장벽이 있다. 한국인은 겉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처럼 개방이 살 길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민족 자폐증’에 걸려 있다”면서 “이제는 물류 시장의 개방뿐만 아니라 마음의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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