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주목할만한 값진 기록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한국 육상이 갈 길은 먼 듯 하다.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해 18개의 메달을 목표로 질주했던 한국 육상은 2일 금메달 없이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것은 1978년 방콕대회 이후 36년만이다.
제2회 아시안게임이었던 1954년 마닐라대회부터 육상 종목에 선수들을 파견한 한국이 육상에서 '노골드'에 그친 것은 1966년 방콕대회, 1978년 방콕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한국 육상은 오히려 안방에서는 금메달을 한 개도 수확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2011년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도 '10-10(10개 종목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한국 육상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단 한 명도 결승에 내보내지 못했다.
이에 한국 육상은 인천아시안게임과 장기적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대비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종목만을 골라 집중 육성을 시키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일단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노골드'에 그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초 한국 육상이 금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은 진민섭(22·인천시청)이 버티고 있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강자 김덕현(29·광주시청)이 나서는 남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남자 400m 계주였다.
하지만 진민섭은 동메달에 그쳤다. 발목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섰던 김덕현 또한 멀리뛰기 은메달, 세단뛰기 동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남자 400m 계주는 실수가 나오면서 실격,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물론 의미있는 기록과 메달이 나오기는 했다.
특히 계주 종목에서는 한국신기록이 쏟아졌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향상을 통해 기록 단축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여호수아(27·인천시청)가 긴급 투입된 남자 1600m 계주에서는 한국이 3분04초03의 한국신기록을 작성,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600m 계주에서도 한국은 3분39초90을 기록, 지난 7월 한·중·일 친선육상경기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3분39초91)을 0.01초 앞당겼다.
여자 단거리 유망주 김민지(19·제주도청)를 앞세운 여자 400m 계주에서도 한국은 44초60을 기록, 올해 5월11일 도쿄 챌린지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45초43)을 0.72초 앞당겼다.
여호수아는 남자 200m 결승에서 개인 최고기록과 같은 20초82를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단거리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86년 서울대회에서 장재근이 200m 금메달을 딴 이후 28년만이다.
여호수아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의 이진일(남자 800m·남자 1600m 계주) 이후 20년만에 단일 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메달을 거머쥔 한국 육상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남자 110m 허들에서는 김병준(23·포항시청)이 13초43의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수확, 샛별의 등장을 알렸다.
도로 종목에서도 남녀 경보 20㎞에서 김현섭(29·국군체육부대), 전영은(26·부천시청)이 각각 동메달을, 남자 경보 50㎞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러가지 의미있는 메달과 기록에도 씁쓸함은 남는다. 아시아에서도 한국 육상이 변방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실감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여자 400m 계주와 1600m 계주는 각각 5위, 7위에 그쳐 육상 트랙 종목의 변방인 아시아에서도 높은 벽을 느꼈다.
김병준도 한국기록을 갈아치웠으나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국은 육상에 걸린 47개의 금메달 가운데 15개(은메달 14개·동메달 11개)를 쓸어담아 아시아 최강국의 자리를 확인했다. 바레인과 카타르가 각각 금메달 9개, 6개로 뒤를 이었고 일본도 3개의 금메달과 12개의 은메달, 7개의 동메달을 가져가며 체면을 지켰다.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한국 육상의 종합 순위는 14위였다. 전체 메달 수로 된 순위를 따져봐도 5위다.
이번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고 해서 투자와 육성을 멈춰서는 안된다. 일부 종목에서는 희망도 보인 만큼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에 힘을 써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