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스마트폰 세대, 지하철에서 목과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몇시간씩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일상이 돼 버렸다. 또한 사무직 샐러리맨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척추를 혹사시킨다. 척추는 우리 몸의 자세를 올바르게 잡아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런 척추가 휘거나 틀어지게 되면 소소하게는 걸음걸이가 이상해짐과 더불어 심각한 통증을 야기하게 된다. 신체의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운데 서서히 휘어지는 척추, 무너지는 내 몸의 균형을 잡겠다고 평생을 바쳐 나선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바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형외과 '척추측만증'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서승우 교수이다.
서 교수는 1982년 고려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해 1995년 정형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척추측만증(정면에서 보았을때 척추가 S자로 휘어진 증상)을 전문으로 수술하는 전문의가 거의 없던 그 시절, 서 교수는 스승이자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였던 이석현 전 고대 구로병원장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척추 질병에 대한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척추측만증은 정형외과 중에서도 어렵고 까다로운 영역에 속한다. 당시만 해도 척추측만증은 뇌신경 질환(뇌성마비)이나 근육성 질환을 앓는 환아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질환이었지만 요즘은 척추측만증을 비롯한 척추 질환이 현대인의 고질병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스마트폰이 대세를 탈 것이라는 선견지명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는 돈 잘 벌수 있는 성형외과 등 인기 전공과를 택하지 않고 정형외과, 그 중에서도 척추쪽에 관심을 쏟았고 그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스마트폰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현재 특히 특별한 원인 없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척추측만증은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들의 고민거리중 하나다. 건선 등 희귀병이 많지만 척추측만증도 치료법이 뚜렷하게 없는 한계가 있는 영역에 속한다. 그렇기에 그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쁜 자세 때문에…우리 아이 척추가 위험해요”
서 교수는 "환자의 80% 이상이 ‘특발성 척추측만증’ 환자다"라며 "'특발성'이라는 말은 ‘원인 미상’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기,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이 특발성 척추측만증 발병이 늘고 있다"며 그 뚜렷한 증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지금 그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그는 조언한다. 척추측만증의 가장 큰 원인은 자세가 삐뚤어졌기 때문이고 특히 장시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장시간 컴퓨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자신의 일에 애착과 자부심을 느끼는 대가(大家)가 있다면, 애증을 느끼는 대가도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후자 쪽에 가깝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힘들어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뚜렷한 해답을 줄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서 교수의 조언은 또 있다. 완벽한 해법이 없다면 꾸준한 노력을 통한 완화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성장기에 발병하면 위로 커야 하는 키가 옆으로 자라는 꼴이 돼 신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데 발병 당시 통증이 없고 신체적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때는 이미 뼈가 단단히 굳은 상태이기 때문에 교정이나 수술 치료도 쉽지 않다면서 서서히 척추가 휘어지면 나이 들었을때 등이 굽은 것처럼 보여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성인도 적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평생 자세에 신경 쓰고 척추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 보통 일은 아니다.
때문에 서 교수는 "청소년기에 잘 발병하기 때문에 요즘은 학교에서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을 할 때 척추측만증 검사를 기본으로 한다"며 "이를 측정하는 기구가 있고 90도로 상체를 굽혔을 때 양쪽 어깨높이가 같은지, 등 한쪽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는지, 또 차렷 자세에서 한쪽 옆구리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보는 등 간단한 검사 방법이 있다. 근육이 비대칭이어도 좌우 어깨나 등의 높이가 다르기도 하지만 일단 측만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정확히 검진을 해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운동인데 척추와 허리에 좋은 체조를 꾸준히 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효과가 높은 교정 방법이다. 필라테스처럼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운동이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생의 균형은 ‘보람’에서 찾아라”
서 교수는 또 “인생의 균형을 보람에서 찾아라”라고 조언한다. 그는 미국에는 많은 장애인 척추측만증 환자가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장애인 가족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와 거동의 불편함 등 여러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감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전국 복지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검진을 했더니 14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2%가 척추측만증 증세가 있더라는 것이다. 50도 이상 휘어져 수술이 급한 환자도 15%가량 됐다.
서 교수는 이에 결심했다. 2006년부터 상태가 심각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 봉사까지 시작했다. 수술비 1000만원선인데 이를 전액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사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서 교수가 진료한 장애인만 1만여명, 수술까지 해준 환자는 줄잡아 300여명이 넘는다. 병원 근처에 근육병 환우나 장애우들이 쉴수 있는 ‘민들레 쉼터’는 물론 척추측만증 환자의 전용 재활운동 센터도 운영중이다. 고대구로병원이 소아 정형외과 분야에서 전국 최고로 손꼽히는데는 서 교수의 몫이 컸을 터이다.
그는 지난해 측만 각도 10도 이상의 척추측만증을 가진 학생 수가 2001년 1.7%에서 2011년 6.7%로 10년새 4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청소년 130만명을 조사한 방대한 임상 연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술과 외래 환자 치료 스케줄 중에도 한 해 10편 안팎의 논문을 발표하는 그의 성실함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다.
서 교수가 자녀들에게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살면 된다”는 것.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진리가 그의 말과 인생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7주년 특집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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