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장용석 기자]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4일 두 번째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조도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세우는 등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4시간동안 조합원 5000여명(노조 추산·회사 추산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부분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이날 울산 본사 사내도로 1.7km 구간을 행진한 뒤 노조 사무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병모 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임금동결을 고수하고 있다"며 "추석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조선업종노조연대 공동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9일 국내 9곳의 조선업계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 차원에서 오후 4시간 공동파업을 벌이는 한편 17일에는 노조연대의 7시간 공동파업이 예정돼 있다. 10일부터 16일까지는 지역단위 사업부별로 오후 4시간씩 순환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노조는 20년만에 파업을 벌여 총 158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노사가 힘을 모아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파업은 회사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6일 파업출정식을 열고 올해 첫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2만7560원 인상(기본급 대비 6.77%),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7월 말 여름휴가 전 마지막 교섭에서 임금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지급, 안전목표 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가 거부했다.
그룹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조도 회사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미포조선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11년 만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기록,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19년만의 파업이 된다.
지난달 27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오는 9일 전체 조합원 4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등 추석 전 울산지역 산업계 곳곳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노조연대, 현대차는 기아차노조와의 공동투쟁 카드를 내밀면서 노사갈등 분위기가 향후 전국 각 사업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