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여자배구대표팀 이재영(19·흥국생명)·이다영(19·현대건설) 쌍둥이 자매는 특별하다.
어디를 가던 주목을 받는다. 닮은 꼴 만큼이나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같은 팀에서 있었던 두 선수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진주선명여고를 졸업하면서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만 했다. 두 선수는 2014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 2순위 지명을 받아 각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었다. 동지에서 적이 됐다.
프로무대에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사이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서로를 의지하는 존재다.
두 선수가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이주형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이고 어머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 세터를 맡았던 김경희씨다.
2015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여자배구대회 종료를 앞두고 5일 일본 나고야 칸코 호텔에서 만난 두 선수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먼저 언니 이재영은 "대회 기간이 길어 힘들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어 "대회가 시작되고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다영도 거들었다. 그 역시 "원래 잠이 많은 편인데 이곳에 와서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배구를 시작한 후 줄곧 한 팀에서 뛰었다. 2014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 2순위로 지명돼 동지에서 적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한편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이정철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두 선수는 세계 강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히며 경험과 기술적인 부분을 느끼고 깨달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너무 긴장한 탓에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재영은 "나도 그렇고 언니들도 많이 긴장했다. 경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부터 먹고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다영은 "대표팀에 소집된 후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적었다.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손발이 너무 맞지 않아서 속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터 이다영은 김연경과의 호흡에서 엇박자를 내며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연경 언니와 토스 구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담을 갖지 말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6일 동안 11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이재영은 일본전을 꼽았다. 유난히 욕심이 생겼던 경기였다. 이재영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잦은 미스로 인해 결국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재영은 "일본전 경기 당일 몸이 너무 좋았다. 경기 전날부터 일본전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긴장하다보니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며 "조금만 더 뛰고 싶었는데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았다. 너무 속상해서 숙소에 돌아와 펑펑 울었다"고 설명했다.
이다영은 "이번 대회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볼만 보고 뛰다보니 몇 번이나 부상의 위험이 있었다. 가끔은 이런 모습에 내가 무서울 때도 있다"고 웃었다.
대회 종료를 앞두고 있는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재영은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6위를 하고 싶다.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다영 역시 "쿠바에 승리를 거두고 웃으면서 대회를 마치고 싶다. 끝까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