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라이언 킹' 이동국(36·전북)의 심장은 아직 뜨겁다. 전북 현대의 통산 4회 우승과 K리그 2연패를 선봉에서 이끌었지만 그는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이동국은 1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면 당연히 200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선수생활에서의 포부를 밝혔다.
프로 데뷔 17년 차인 이동국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샛별처럼 등장했던 유망주는 어느새 팀의 최고참으로, K리그의 베테랑으로 자리잡았다. K리그 통산 411경기에 출전해 180골 66도움을 기록했다. 통산 득점 1위, 통산 도움 5위다.
정규리그 MVP를 3회 수상했고, K리그 득점상, 도움상, 판타스틱 플레이어상 등 트로피도 수두룩하게 들어올렸다. 지난 8일에는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승리로 K리그 통산 네 번째 우승컵도 예약했다. 2009년 최강희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후 2009년, 2011년, 2014년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맞봤다.
그러나 이동국의 선수생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슴 속에는 더 큰 꿈이 자리잡고 있다. K리그 통산 200골 달성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다.
자신감이 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대부분 다 이뤘다. 한 가지 남았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희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한다면 당연히 몸상태가 좋아야 하고 경기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면 K리그에서도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다면 기록 달성도 따라올 것이라는 말에서 ACL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13골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을 지니고 있다.
이동국은 "ACL에 중점을 많이 두고 준비를 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였다"며 "내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ACL 우승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고 여겼다"고 했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감바 오사카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8강 탈락과 함께 우승의 꿈은 좌절됐다.
이동국은 "시즌을 돌아봐도 감바에 패했을 때 선수들의 충격이 가장 컸다. 그 시기를 넘기는 것이 선수들은 물론 나 역시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전북은 금세 충격을 회복했다. 지난 4월 일찌감치 차지한 선두 자리를 끝까지 지켰고,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둔 채 정규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K리그에서 12년 만에 나온 2연속 우승기록 이었고, 전북은 챔피언스리그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동국은 "오랜 기간 나오지 않았던 2연패를 우리가 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지켜가며 우승을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챔피언스리그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시 준비해서 도전해볼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이켰다.
은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동시대를 활약했던 차두리(35·서울)와 이천수(34·인천)는 이달 은퇴를 선언했다.
이동국은 "아직 새파랗게 젊은 애들이 은퇴를 한다.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는데"라면서도 "아릅답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순간 은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겁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선수로서 욕심을 낸다. 후회없이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오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인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당장 올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며 "사람이 죽을 날짜를 언제로 정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데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안 올라온다는 생각이 들면 시즌 중간이라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동국에게 2015년은 K리그 2연패 외에도 커다란 의미가 담긴 한 해였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팬들에게 더 다가섰다.
이동국은 "팬 사인회를 다녀보면 '이동국 선수'보다 '대박이 아빠'라고 부르는 분들이 더 많다. 내가 25년 노력해서 얻은 것을 아이는 1년도 안돼 얻어 샘이 나기도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아이들과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빙그레 웃었다.
이어 "촬영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더 성실하게 하려고 했다"며 "촬영 때문에 전북과 K리그에 대한 홍보도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승승장구하는 대표팀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동국은 "새로운 감독님이 와서 팀을 잘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예선에서 약팀을 맞아 거의 완벽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강한 상대와의 평가전을 통해 보완점을 찾아가며 월드컵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언제든지 내가 경기력이 되면 (대표팀에)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련보다는 축구선수로 가져야 하는 희망이다"며 "대표팀 감독의 선택권을 늘리는 것이 선수들의 임무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