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한국 여자 알파인 스키 기대주 이현지(20·단국대)가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이현지는 4일(한국시간)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의 나키스카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컵 여자 알파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17초74로 결승선을 통과,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키 강국인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더욱이 FIS 레이스에는 올림픽, 월드컵 등 A급 국제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FIS 포인트가 걸려있다.
당초 국제 대회 메달 경험이 없던 이현지였기에 입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초속 8~11m의 매서운 강풍이 불고 표면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이 이현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현지는 레이스를 마친 뒤 "동료들이 '중간 순위 1등이다'고 말해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겸손을 보였지만 이현지는 일찍이 한국 여자 알파인 스키의 기대주로 꼽혔다.
그는 중학생이던 지난 2009년 겨울체전에서 4관왕에 올라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특히 당시 슈퍼대회전에서는 일반부 선수들에 버금가는 기록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잇따른 부상에 발목을 잡혀 대표팀에는 한 번도 발탁되지 못했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7월. 대한스키협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활강과 슈퍼대회전 등 스피드 계열의 알파인 스키 대표팀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이에 이현지도 스피드 계열 종목에 적극 뛰어들었다. 육성팀에 발탁돼 프랑스, 칠레, 미국, 캐나다 등을 돌며 스피드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이번 대회 입상권에 진입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현지는 "(스피드 계열로)주 종목을 바꾸면서 두려운 마음이 컸다. 키가 작고 기술계에서는 하지 않던 기술들이 어색했다"면서도 "그래도 이 종목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번 메달로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슈퍼대회전에서 가능성을 봤는데, 활강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스피드 계열로 바꾼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