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16승3무1패. 20경기에서 44골을 넣는 동안 4골 만을 내줬고 1979년(6전5승) 이후 36년 만에 승률 80%를 넘겼다.
최고의 한 해를 만든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지만 진땀을 흘리게 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걱정말아요, 한국축구'라는 부제하에 진행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마음속에 담아뒀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경기는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호주아시안컵 8강전이었다.
3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90분 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한국은 이후 진행된 연장전에서 손흥민(23·토트넘)의 결승골로 천신만고 끝에 다음 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악의 순간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우리가 치렀던 수많은 경기 중 가장 많은 행운이 따랐던 경기"라고 전했다.
그는 "한순간의 실수나 실점이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면서 힘겨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숱한 감독 경력을 갖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부임 후 처음 치르는 큰 대회에서의 살얼음판 승부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 듯 했다.
최고의 골로는 부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치른 코스타리카전 이동국(36·전북)의 득점을 꼽았다.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필드 플레이어 10명 전원이 플레이에 관여했다. 팀적으로 우수했던 장면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달 미얀마전에서 남태희(24·레퀴야)가 뽑아낸 득점을 두고는 "개인적인 능력을 보여준 골로는 남태희의 골이 가장 좋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개인 능력으로 골을 넣었다"고 칭찬했다.
또한 전술적으로 가장 완벽했던 경기로는 지난 8월 중국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개막전과 10월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을 선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가감없이 전했다.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영국 런던까지 날아왔던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첫 인상에 대해서는 "전혀 축구를 한 사람 같지 않았다. 굳이 종목을 꼽자면 신장이 작고 힘이 세니 체조나 태권도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는 숯불구이를 뽑으며 "한국은 어디를 가든지 고깃집은 다 맛있다. 한우가 워낙 맛있어서 즐겨 먹는다"면서 "물과 먹으면 맛이 덜해 맥주나 와인을 곁들여 먹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가벼운 소재들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던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최종예선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눈빛을 반짝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에는 더욱 강팀들을 상대하는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와 같은 철학과 정신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누구와 만나든지 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과 일본을 만났을 때 미얀마전처럼 70~80%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철학인 공을 지배하고 오래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16년 우선순위에 둔 목표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거론했다.
"올해 가장 좋은 예가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과거 열심히 뛰던 선수에서 이제는 결정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했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에는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봉사활동과 시상식 등으로 시간을 보낸 뒤 오는 24일 휴가차 스페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