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34)와 연봉 12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정규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본연의 기량을 되찾으며 팀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재패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두산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연봉 150만 달러를 받았던 니퍼트의 몸값을 30만 달러나 삭감했다.
니퍼트를 붙잡기 위해 구단 측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음에도 오히려 연봉을 깎고 계약을 마무리한 것이다.
협상 초기만 해도 두산과 니퍼트의 에이전트간에 입장 차이를 보였다.
니퍼트는 지난해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부터 NC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삼성을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까지 등판 때마다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26⅔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실점하지 않으며 기록을 이어갔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32⅓이닝을 던지며 실점은 2점에 그쳤다.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으로 에이스 역할을 100% 수행했다.
하지만 두산은 정규시즌에서의 부진을 들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몸값 지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어깨 부상과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며 상당 기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팀에 복귀해서도 부상 후유증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20경기에 출장해 6승5패 평균 자책점 5.10으로 국내에서 뛰는 동안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역대 최고액인 150만 달러를 받았다. 이는 국내선수를 포함해도 KBO 전체에서 한화 김태균과 함께 최고 수준의 몸값이었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 시즌에서의 활약을 인정하면서도 정규시즌에서 부진을 묵인할 수는 없었다.
두산은 시즌이 끝난 뒤 일찌감치 니퍼트를 재계약 대상에 포함하고 2016년에도 함께 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두산의 삭감 방침에 대해 니퍼트 측은 미온적으로 반응했다.
두산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 니퍼트의 에이전트에게 재계약 최종안을 보냈다.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니퍼트 측에서 두산의 최종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재계약을 마무리했다. 니퍼트 스스로 지난해 정규시즌에서의 부진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전날 시무식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니퍼트와의 재계약과 관련, "이야기는 거의 다 된 것 같다.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재계약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었다.
니퍼트가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기로 하면서 두산은 돌아오는 시즌에도 니퍼트~유희관~장원준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