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폭풍이 집권 새누리당에만 일파만파 일고있는 것은 아니다. 총선 승리, 더 엄밀히는 부분승리 이후 마냥 승전고(勝戰鼓)에 취해있을 것만 같던 더불어민주당이 자칫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는 처지다. 아니 실제로 사단이 벌어지고 있고 그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더민주당의 대주주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전 대표였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 문 전 대표가 삼고초려끝에 불러 김종인 비대위대표체제하에 총선을 치른 결과 더민주당은 새누리에 1석 앞선 123석으로 당당히 원내 1당의 지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결과가 더민주의 지지로 인해 얻은 결과가 아니라 집권당의 오만한 행태를 심판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승전의 기쁨을 맛본지 불과 열흘도 채 못돼 김 대표의 그간 노고를 격려해주기 위해 만난 문-김 회동에서 사단은 출발했다. 지난 22일 만찬회동이 그것. 총선직후 흘러나온 '김 대표 합의 추대론'이 사단의 핵심이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는 자리서 김 대표의 ‘합의 추대론’에 대해 문 전 대표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그으면서 날개가 필요했던 김 대표로서는 몹시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문 전 대표 ‘합의 추대론’에 힘을 실어줘서 향후 가일층 ‘힘차게’ 질주할 수 있도록 바랬지만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추대가 어렵다”고 잘라 말하자 몹시 당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김종인 문재인 불안한 동거’가 선긋기가 아닌 사실상 ‘균열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던 것. 2인 삼각 게임을 하던 두 사람 사이에 엇박자가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나 언젠가는 터져나올 일이 아니냐는 시각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문재인 전 대표가 “당 대표 합의 추대는 어렵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게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까지 말해 사실상 대표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욕심을 그만 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날 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게 합의추대는 어렵다, 이번에 전당대회 출마하면 괜히 상처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욕심을 그만내랴는 완곡한 표현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서 김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문재인, 앞으로 다시는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낭떠러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구했더니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다"며 매우 불쾌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털어놨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호남의 패배에 대해서 오히려 내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덮어씌운다"면서 친노, 친문세력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 제휴 끝내고 결별 위기
게다가 친노 좌장격인 문 전대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친노 그룹에서 다양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막을 수 없다'는 식으로 뒤로 빠지는 듯한 발언은 김 대표의 심사를 더 뒤틀리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안철수 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더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리더십과 차기 대선주자로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자력으로는 총선을 지휘할 '부력'을 갖지 못해 언제라도 좌초하고 말 처지였다. 과거 노무현 정권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를 보는듯 했던게 불과 수개월전이다. 그야말로 김 대표와 같은 '구원투수'가 절실했던 당 처지였다.
문 전 대표로서는 또 지난 총선기간동안 광주 호남을 방문한 자리서 '이번 총선서 호남에서 지지를 (저에게서) 거둔다면 정치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음에도 '배수진' 성격운운하며 말뒤집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양치기소년' 비아냥을 들어 마땅할 수 있다. 그런 그를 살려낸 것은 김 대표라 해서 틀리지 않는다. 수도권서 석권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문 전 대표가 잘나서 이렇게 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이란 얘기다.
당장 파선할 처지의 문 전 대표를 물에서 건져내주니까 딴소리하는 격이란 얘기 그것이다. 아무튼 김 대표의 심기가 다시 뒤틀리는 형국이다. 지난 총선직전 비례대표 '셀프공천' 파동때 어깃장을 놓던때와도 아주 다르다. 이번에 갈라서면 아주 끝나는 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 측근에서도 '비례대표 의원 뺏지를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이런상황이라면 그간의 문-김 전략적 제휴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김종인 대표에 대한 평가가 한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까 정상적인 당 지도 체제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우선 김 대표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상당히 일부 소수지만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부터는 김종인 대표가 오히려 당에 마이너스 효과를 줬다, 김종인 대표가 아니었으면 180석도 가져갈 수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정청래 의원을 중심으로 몇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데. 소수의 얘기임에도 일부 강경파 중심으로는 SNS를 통해서 상당히 강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회한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의 '등살'을 모를리 없다. 총선 기간 내내 비대위를 진두지휘하면서, 그 친노패거리주의의 싹을 자른다고 잘랐음에도 남은 등걸들이 삐죽빼죽 올라오는 날이면 그 노회한 김 대표라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임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김 대표가 제아무리 공명같은 지략과 묘수를 가진 자라도 결별수순에 들어간다. 그래서 떠오르는 망령을 더민주 일각에서는 '친노패권주의의 망령'이라고 부른다.
이로 인한 결과는, 김 대표가 부르는 승전고는 고사하고, 손학규 등 중도개혁세력들마저 등돌리는 최악의 상황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데에 대해 진보쪽 인사들은 동의한다. 친노패거리문화가 문재인을 두고 두고 괴롭히는 셈인데, 결국 친노패권주의로 인해 문 전 대표는 당권은 고사하고 대권도 보장할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