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설립취지와 졸업자들의 현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전문대학, 4년제 대학교를 비롯해 대학원교육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전문대학은 1970년 단기직업고등교육기관으로 시작해 대학 구성원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 산업구조변화에 따른 전문 기술인력의 증대, 입학정원의 자율화, 교육부의 행·재정지원 등으로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다.
전문대학의 설립목적은 2년이라는 수업연한 동안 현장과 직결되는 건실한 전문기술인력을 배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소위 취업자들이 말하는 이력서상 스펙(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과 오랜 학벌주의는 전문대학의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무릇 대학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심 있는 학문분야에서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그 분야에서 자아실현과 사회기여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허나 우리가 공존하는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들은 4년제 대학생을 선호해왔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기업이 그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은 전문대 졸업생들을 외면해, 그들이 상대적 차별을 겪으며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문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최근 4년간 연평균 18.2%p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와 이론적 수치에 있어 괴리가 보이는 부분이다. 반증으로써 전문대학 졸업자 중 연간 약 5만 여명 이상이 학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4년제 대학 및 방송통신대학 편입, 학점은행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의 말대로 취업상황이 좋다면 그들이 또 다시 학교를 가야할까. 이는 개인적 면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취업을 한 후 스스로 만족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인 면에서 학벌주의로 인해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물론 전문대 졸업자 모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만족하고 살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전문교육 강화! 교육부 대책을 말하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게 위해 교육부는 전문대를 졸업한 재직자의 교육활성화를 촉진과 전문대 교육 강화를 취지로 올해 3월부터 전국 66개 전문대학 242개 학과, 6천830명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처럼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문대학이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전공심화과정을 설치·운영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대 졸업자는 유관 분야의 산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전문대 졸업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2년제 학과 경우 2년, 보건전문대와 같은 3년제 학과는 1년 이상의 수업연한을 채워야 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사학위 취득을 원하는 전문대 졸업자들이 4년제 대학편입 외에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되어 교육선택권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재직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자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무늬만 학사를 배출하는 출구로 여겨질지도…
교육부의 이런 대책은 일견 보충재의 역할을 하며 어떤 희망적 요소가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있다.
이전 학점은행제의 논란이 있을 당시 비슷한 문제가 되었던 맥락에서, 4년제 대학 학위와 이번에 신설되는 전공심화과정의 학위를 동등하게 인정해 줄 것인가이다. 같은 학사지만 상대적으로 지방대 학위는 서울경기 소재 대학의 학위에 비해 2류 학위 취급을 받는 현실, 그로 인한 사회적 무력감으로 지방대학생들이 더 나은 대학으로 편입 하는 학생들이 빈번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학사라는 타이틀만으로 심화과정의 학위가 평등한 대우를 받을지 미지수이다.
사회에서 4년제 대학교를 이수한 학생들과 동등하게 인정을 해준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선을 돌려, 전공심화과정이 이루어질 전문대 내부로 들어가 보자. 전공심화를 받고 있는 전문대 학생과 그냥 전문대 학생. 같은 대학, 다른 학위. 그냥 전문대 학생들은 어떤 마음일까. 4년제와 전문대의 다른 학위로 한방! 같은 학교에서 다른 학위로 또 한방! 그들은 그렇게 사회적 차별감과 함께 동일집단에서도 이질감을 갖고 졸업하는 것이다. 결국 학력사회는 전문적인 분화가 아닌 이질적 분화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럼 심화과정으로 학사를 취득한 학생들은 어떨까. 남들보다 더한 노력과 고생, 돈과 시간으로, 눈높이가 올라간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희망적일 것이다. 학사를 취득해 이제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으려고 눈을 벌겋게 뜨며 채용정보 사이트를 전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이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학벌주의가 버티고 있다.
한편 K 편입학원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미소를 띠며 반색을 했다. 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학생들로 인해 학사편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학사편입의 경쟁률이 일반편입보다 더 낮은 이유 등으로 편입하기가 일반편입보다 쉬워 현제 전문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편입을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인데 전문대 내에서 학사를 취득하게 된다면 학사편입의 수는 더 늘어날 것 같다는 관측 때문이다.
심화교육 내에서 보면, 전문대의 입학정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문대 측이 이를 지키기 위해 심화과정을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질적·양적 교육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볼지도 미지수다.
또 일부에선 무늬만 학사를 배출해 내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우려되고 있다.
현제 고학력자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청년실업이라는 대란으로까지 야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사를 배출하는 출구만 늘려 이를 증폭시키는 건 아닐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 당국과 전문대는 심화과정만 추가해 학사학위로 바꿀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배척해 내는 전문대학은 이론과 기술을 겸비한 우수한 중견 기술인을 양성하는 단기 고등교육기관으로써 전문대가 해야 할 교과목과 전공을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부당국은 이에 더 나아가 전문대생 졸업자들이 사회적 차별과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보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진단해 본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송선진 사무관은“자신들도 이러한 정책을 펴내면서 우려했던 부분이긴 허나 매년 운영실태 평가를 실시하고 운영이 미흡한 학과에 대해서는 신규모집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학사학위 수여 전공심화과정이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사후관리에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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