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좀 한다고 굶어죽기야 하겠어요?”
‘나눔의 가게’ 등록해 사랑 실천하는 김밥 아줌마
지난
11월 안국동 전철역 부근 어깨동무 분식집 주인 김정숙(42) 씨는 매달 가게 수익의 일부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우리사회의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을 목표로 결성된 공익재단이다. 김 씨는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나눔의 가게’에 동참한 것이다.
매달 매출의 1% 이상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현물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은 이를 소외된 사람들과 공익활동에 지원한다.
“몰라서 못 했다”
“남들은 더 많이 도움을 주고, 몸으로도 실천하는데 내가 조금 보태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김 씨는 자신의 행동이 별 대수롭지 않은 거라고 겸손해 한다. 하지만 가게가 학교 주변에 있지 않아서 12월부터 2월까지는 현상유지도 힘들다는
어깨동무. 사정이 뻔하다. 더군다나 1개월여 전, 인근에 분식집 체인점이 생겨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체인점에서는 김밥이나 떡볶이를 어깨동무의
반값 수준에 판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에 참여했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김 씨는 매해마다 송년회 모임을 통해 해외에 어린이 구호기금으로 조금씩 기부를 해오고 있는 중이다.
“송년회에서 먹고 마시며 돈을 쓰느니, 음식값에 들어갈 돈을 떼어 보내면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 몇 명은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막상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눔의 정을 베푸는 것에는 자주 참여하지 못 했던 게 사실이다. 연말연시나 국가적인 큰 재난을
당했을 때, 방송사의 ARS 모금행사에 가끔 전화를 걸어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항상 마음에 걸렸다. 정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다.
김 씨가 ‘나눔의 가게’ 일원이 된 것은 단골 손님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재단에 근무하는 직원. 어깨동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재단이 있어서 직원들이 자주 식사하러 온다. 어깨동무 손님의 80%는 이런 단골손님들. 생명보험회사에 근무한다는
어떤 손님은 회사 근처에도 분식집이 많지만 “맛이 기가 막혀서 꼭 이곳만 찾는다”고 전했다.
김 씨는 아름다운 재단 직원에게 흔쾌히 ‘나눔의 가게’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굳이 1%의 기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자는 취진데, 그렇다면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시기에는 기부를 중단해야 하잖아요. 우리야 맨
쌓아 놓은 게 먹을 것들인데, 기부 좀 한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치과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1997년 5월 문을 열 때부터 도움을 준 4명의 어깨동무 식구들도 다들 김 씨의 생각에는 동감이다.
그는 아름다운 나눔의 문화가 활짝 펴서 어려운 사람들의 얼굴도 환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나눔의 가게’ 참여 문의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 TEL : 02)730-1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