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재가동 ‘흐림’
한나라당·자민련 정략적 이용 비판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 16대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일부 정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인수위의 이 같은 결정은 선거에 대한
국
민참여의 확대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등은 시민단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엔 ‘교감설’ 이번엔 ‘음모론’
낙선운동 허용 추진과 함께 인수위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비례대표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안 ▲선거 1년 전부터 사전선거운동 허용 방안
▲당 대표에 대한 전 당원 직선제 도입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20세에서 만19세 내지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정치개혁안에 대해 대부분의 정당이 공감하는 상황. 하지만 낙선운동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2월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일 사무총장은 “16대 총선 당시, 시민연대가 벌인 낙선운동은 선거 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위법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해 재검토될 사항이 아님을 지적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거들었다. 이 의장은 “선거법쯤이야 인수위 마음대로 고치겠다는 안하무인격 발상”이라고 인수위를 비난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2월3일 논평을 내고 “시민단체 활동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경우, 시민단체의 존재가치를 훼손시킨다”면서 낙선운동
허용 검토를 반대했다.
양당은 낙선운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선거참여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략적 발상이라고 말한다. 2004년 총선승리를 위해
시민단체를 선거에 끌어들여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를 타파해보려는 시도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낙선운동을 벌일 당시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자당 후보들만 표적으로 삼았다며 정권과의 ‘교감설’을 제기했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2월4일 민노당 이상현 대변인은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조건없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시민단체가
낙선운동과 함께 당선운동 등 활발한 정치참여를 하고 국민의 힘이 모아질 때 진정한 정치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고 논평을 냈다.
낙선운동을 벌였던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민의 정치 참여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위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일부 정당이 제기하는 음모론은 말도 안 된다”면서 “인수위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낙선운동 허용안’을 처리하기 위해 민주당 안으로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관계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결사 반대하는 이상 낙선운동이 허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낙선운동은 전국 400여 개 단체에 의해 2000년 1월12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4월12일까지 전개됐다. 총86명의 낙선대상자 명단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68%를 낙선시켰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