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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행릴레이(4) - 졸업식과 입학식이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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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릴레이(4)



졸업식과 입학식이 없는 학교



30년간 2,000명 배출, 무료 야학 ‘상일봉사학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 불안감을 극대화시켰던, 이맘때쯤이면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졸업식 노래다. 그러나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상일봉사학교’는 1975년 개교 이후 지금껏 이 노래가 불린 적이 없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없는 ‘특별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늦깎이 주부 대다수




조그만 교실에 십여 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대부분 학생이 선생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선생에게 선뜻 질문하기 쑥스럽기도 하련만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주저없이 손을 든다. 그러면 선생도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몇 십 분이고
설명한다. 이미 이해한 학생들도 짜증 한번 안내고 모르는 학우를 위해 기다려준다. 일반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광경이 상일봉사학교에서는
일상이다.

상일봉사학교는 무료 야학으로 현재 총 학생수가 100명 남짓, 교사가 14명 있다. 학생은 17세부터 68세 할머니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나
주로 30∼40대 주부가 많다. “의무교육 확대로 청소년들은 줄어 주부가 대부분”이라며 정용성(71) 교장은 “생활형편으로 진학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라고 설명한다.

간혹 ‘왕따’를 당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예 자퇴한 뒤 대안학교처럼 다니는 학생도 있고, 진도를 못 따라가 부족한 공부를 메우러
오는 학생도 있지만 못배운 설움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주부들 수가 절대적이다.

“아이가 아직은 어리지만 조금 크면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제가 모르면 대답해 줄 수 없잖아요”라며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주부 김씨(33)는
말한다. 김씨처럼 생업을 위해 더 이상 진학하지 못한 주부들이 자녀 교육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또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85% 검정고시 합격



그러나 아예 학교 자체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한글미해득자를 대상으로 ‘한글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초등학교 과정 ‘중검반’,
중학교 과정 ‘고검반’, 그리고 ‘대검반’과 인터넷 시대에 맞춘 ‘컴퓨터반’이 있다. 수업은 주로 전현직 교사들이 강의한다. 언제든지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교사들은 핸드폰을 24시간 켜놓고 있다. 또 자료를 실시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무보수로 운영되지만 사설 학원처럼
꼼꼼히 수업하기 때문에 지금껏 배출한 2,000여명 학생 중 85%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학생들을 부모라고 생각하며 가르칩니다”라는 김도현(38) 교감은 “처음 왔을 때는 한글도 몰랐던 분이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하는 것을
볼 때가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가장 큰 보람은 물질적 대가가 아닌 학생들의 합격인 것이다.

강사진과 수업내용이 좋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인지 상일봉사학교는 멀리서 다니는 학생들이 특히 많다. 일산에서부터 2시간 걸려 오는 경우도
있다. 가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먼 거리에서 오기도 한다.

“결혼 17년간 남편에게조차 고등학교 졸업자라고 속인 초등학교 중퇴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육성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열성인 아주머니였는데
사실은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 분이었죠. 그분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 학교에 입학해서 2년만에 중검, 고검에 합격하고
결국 대검을 거쳐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분이 흘린 눈물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정 교장은 어렵게 공부해서 드디어 뜻을 이뤄낸 학생들 한명한명을 진정한 선생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기뻐했다.



1년에 6번 철거당한 적도



상일봉사학교는 당시 초등학교 선생이었던 정 교장이 1975년 강력범 교화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그러나 반항적 성격의 학생들은 선뜻 모이지
않았고 뜻을 같이한 선생들은 한명이라도 더 교육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취미를 파악해서 한달동안 함께 어울렸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매일
술을 마시고, 노래를 좋아하면 매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해서 친해진 학생들은 점점 학교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내 비닐하우스였던 학교는 학생들로 꽉 찼고 고아와 맞벌이부부 자녀 등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도 모여들었다. 호적에 등록되지 않아 초등학교
과정조차 받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1년동안 6번의 철거를 당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했고 재정난으로 정 교장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렇다고 오는 학생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 정 교장 부인이 화장품 행상을 나서야 할 정도로 생활은 어려워졌다. 그러다 행상도중 부인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는 악재까지 겹쳤고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다행히 사정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모아졌고, 1998년 정 교장이 정년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안착하게 되었다.

“철거당할 염려가 사라진 게 기쁠 따름입니다”라는 정 교장은 “아직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성금을 모아주고 계십니다”라며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교감도 “가끔 반찬을 싸다주시는 아주머니들의 정성만으로도 큰힘이 된다”고 말한다.

작은 표현에도 감동하고 보람을 찾는 ‘착한’ 사람들, 그들이 상일봉사학교를 이끌고 있었다.



“씨앗은 내가 열매는 남에게”



상일봉사학교는 그간 도움의 손길에 더욱 보답하고자 2월 8일까지 인접 학교에서 추천받은 예비 중학생 15명을 2월 18일부터 특별 지도하는
계획을 세웠다. 불우한 가정 형편으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주고 인재로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방과 후 모인 학생들의 저녁
식사를 챙겨주고 하루 3시간, 국어 영어 수학 사회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일정이 끝나면 정 교장이 직접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흥을
돋궈줄 오락시간을 마련한다. 3개월마다 후원금을 모아 성적이 향상된 학생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저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조금씩 봉사한 것이 오랜 세월 쌓이다보니 커다랗게 보일 뿐입니다. 씨앗은 제가 뿌리고
있지만 열매는 다른 누군가가 얻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봉사에 겸손해하며 모든 열매의 수확을 다른 이에게 돌리고 싶어하는 정 교장의 마지막 말은 상일봉사학교의 교훈이자 모든 선생의 마음을
대표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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