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방림시장 제2 폭력사태 우려된다
철대위-천씨종친회 합의 무산 ‘사법처리 원인’
종친회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 재신청
“신정때도 못 갔는데 구정에도 집에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합의만 원만히 끝났더라면
고향에 내려가 조상님 제사도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여기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법원의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철거 용역 업체들과 상인들 사이에 무차별 폭력사건이 발생했던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방림시장 사태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본지 199호 참조)
지난 1월 24일 사건당사자인 방림시장 철거대책위원회(위원장 김주홍, 박종현, 손태석 서재홍)와 영양천시 종친회(회장 천진태)의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서울지방법원 집행 5부의 2차 강제집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제2 폭력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절기상 입춘이었던 지난 4일 기자가 다시 찾은 방림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한겨울 속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법원의 강제집행에 대항하기 위해
보초를 서고 있었고, 폐타이어와 철조망이 둘러져있는 건물은 ‘폐허’를 연상케 했다.
보초를 서고 있던 한 상인은 “지난번 강제 집행당시 동원됐던 ‘용역깡패’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시장 주변을 돌며 동태를
살피고 갔다”고 전하면서, 2차 강제집행을 걱정했다.
합의 진행 상황
1차 강제집행 당시 상황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시청자들과 네티즌들로부터 “경찰이 폭력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온 방배경찰서는
사건 이후 철대위와 천씨종친회 측의 합의를 위해 중재를 해왔다.
그 결과 양측은 “종친회 측에서 철대위 상인들에게 이주 보상비 17억 원을 지급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쌍방이 제기한 민·형사상의 소송
일체를 취하하며, 상가 재건축시 선 분양권 제공”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 사인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합의 당일 철대위 측에서
“관련자 사법처리 방침 철회”를 요구하자 방배경찰서가 이를 거부, 합의는 무산됐다.
방배경찰서 정승호 정보과장은 “합의를 중재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는 아니지만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양측의 합의와
경찰의 사법처리는 별개의 문제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세상 어느 누가 자기 밥그릇을 빼앗으려는데 가만히 있겠느냐”며 “생존권 투쟁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이해당사자들이
합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경찰은)상인들이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사상범도 아닌데 불법집회를 선동했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우리를 처벌하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사무국장은 “양측이 합의를 했는데도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방림시장의 경우 2004년 말까지
임대차 계약을 한 상인들에게 나가라고 하면서 공권력을 행사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행법은 철거민 보호에 대한 상세
조항이 명기돼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종친회측 입장
천씨 종친회 측도 이번 합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천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7억 원이라는 큰돈을
지급하면서 까지 합의를 보려는 것은 우리측에도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며 “경찰이 사법처리를 해야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하루빨리
사건이 마무리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천씨 종친회 측은 폭력사건이 발생한 이후 철대위 상인들과의 일체 접촉을 피하고 합의 과정에서도 방배경찰서 측에 협의를 일임해왔다. 상인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천 회장은 “(철대위)사람들이 녹음기를 가져와 대화내용을 전부 녹음하는 등 위협을 가해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의가 결렬된 이후 천 회장은 “상인들과의 합의를 위해 취소했었던 강제집행을 5일 재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은 “강제집행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생각이 따로 있다”고 말해 다른 해결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전히 “상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방배경찰서 사법처리 방침
방배경찰서는 지금까지 합의를 중재해왔지만 앞으로는 일절 관여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과장은 “위원장 4명 뿐만아니라 농성 상인 모두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제집행을 맡은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폭력혐의가 인정되면 함께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철대위측 상인들은 ‘공무집행중인 경찰관 감금한 사건’과 ‘강제집행 시 법원 집행대리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철대위 측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관 감금의 경우, 경찰관이 갑자기 닥쳐서 농성중인
상인들의 얼굴을 촬영하는 바람에 사진의 필름을 빼앗으려 했을 뿐 감금하지 않았으며, 강제집행 당시 폭력행사는 방송을 통해서 방영됐지만 무차별
폭력 집행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방어였다”고 주장했다.
철대위 측은 “서초경찰서의 경우 철거 투쟁 합의 과정에서 경찰서장이 직접 사법처리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는데 방배경찰서는 유독 상인들의
처벌을 고집한다”며 “경찰이 조금만 융통성이 있었어도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
Interview | 방림시장 철거대책위원회 김주홍 공동위원장 | |
아직은 제도 도입하기엔 이른 시점 지난 4일 철대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위원장은 “합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깝지만, 경찰이 사법처리를 주장한다면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종친회와 경찰이 철대위 지도부를 두고 돈에 욕심을 내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며 “2차 강제집행에 대해서도 목숨걸고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합의가 결렬된 원인은 지난달 24일에 합의를 위해서 방배경찰서 이광일 반장이 찾아왔다. 그간 조율작업을 거친 합의서에 최종 도장을 찍기 위해서 만났다. 그런데 직전에 경찰이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결렬됐다. 문제가된 사법처리부분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강제 집행에 대항해 생존권을 지키기위해 싸웠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가지고 사법처리를 운운하는 것은 경찰의 권력남용이다. 우리가 경찰을 감금했다고 하는데 그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합의내용은 보상비 및 이주비 17억원에 민형사상 고소취하, 선분양권을 주는 것으로 구성됐었다. 보자, 보상비 17억 원이 개인에게는 많은 돈이지만, 50가구정도 되는 상인들이 똑같이 나누고, 투쟁 경비를 빼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돈보다는 원만하게 사건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 결정한 것이다. 선분양권 역시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조건으로 입주하는 것이다. 향후 계획은 2차 강제집행이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물러설곳도 없다. 목숨걸고 싸울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