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주민들은 연일 ‘살려 달라’ 아우성이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경기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마을은 발파작업 직전 전장을 방불케 했고, 나는 허가 받지 못한 종군기자가 된 듯 했다.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오포물류단지 공사 현장을 탐사했다.》
새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동네.
50년 전 시인 김광섭이 살던, 비둘기가 사라진 서울 성북동 얘기가 아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는 거대한 공사장 펜스가 극장 암막처럼 하늘을 가리더니 천둥 같은 폭발음으로 공포의 도가니가 됐다.
'성북동 비둘기'가 그랬던 것처럼 이 마을 사람들도 '돌 깨는 소리', 아니 돌산을 폭파하는 소리에 '가슴에 금이 가고' 집에도 금이 갔다.
펜스 옆 4층 건물은 세트인 양 귀엽게까지 보였지만, 외벽에 설치한 현수막은 살벌하다.
《너희가 살아봐라! 우리는 못 살겠다!》
“지진 난 줄 알았어요. 집 옆 아름드리 감나무가 그대로 쓰러져 계단 난간을 부쉈다니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금이 가 있었고, 난간은 새로 교체한 듯 군데군데 마모 정도가 달랐다.
항암치료를 받고 새소리 들으며 살아보겠다고 이곳으로 귀촌했다는 A씨는 지금도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발파작업이 시작되자 집 안 액자들이 모두 떨어졌어요.”
방문에 걸어둔 액자가 요동치면서 떨어져나간 방문 표피는 당시 그가 느꼈을 두려움을 짐작케 했다.
도대체 이 작은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2017년 12월 21일부터 착공한 오포물류센터 부지 조성 공사.
돌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하는 공사인 만큼 폭파는 필수였다.
절벽처럼 가파른 경사에서 발파작업은 바로 옆 집들에겐 두려움 그 자체였다.
공사장 안전펜스와 불과 2미터 떨어진 A씨 집은 마치 지진 피해가구 같았다.
광주시가 선정한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는 지난 8월 13일부터 주민들이 신청한 90세대를 전수 조사했다.
9월 5일, 발표된 안전진단 결과는 또 한 번 주민들 가슴에 금이 가게 했다.
“건물에 발생한 균열과 파손은 발파작업과의 개연성이 매우 적다. 일부 발생한 침하는 건물 지반의 다짐이 부족해 발생했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마을회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나마 말문이 덜 막힌 주민이 따져 물었다.
“그래, 지반이 약하다면서 사람 사는 집들 바로 옆에서 발파작업을 해도 되는 겁니까?”
주민 반대로 공사는 일시 중단됐지만 언제라도 재개될 태세다.
공사 주체는 "전임 시장 시절 발효된 허가는 유효했다"며 "더 이상 지연되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민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오포물류단지반대 주민투쟁위원회 장모 공동위원장은 기자를 붙잡고 되물었다.
“우리가 바라는 거요? 다른 거 없어요. 목숨이에요 목숨. 생존권!”
이 마을에선 새들뿐 아니라 이제 사람들마저 떠나야 하는 것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