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상현 오승환 기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2017년 5월 10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대역사가 시작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던 기업이 문 대통령의 공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서희건설 창업주인 이봉관 회장 이야기다.
● 기회는 가족에만, 과정은 암암리에, 결과는 우리끼리?
서희건설 창업주인 이봉관 회장은 1983년 운송회사를 시작으로 서희건설의 모기업이자 지주회사 격인 유성티엔에스를 운영해왔다.
사세 확장엔 포스코의 역할이 컸다.
운송회사 시절, 포스코 등 굵직한 거래처를 확보하며 철강 전문 운송업체로 성장했고, 1992년 강판·형강 공장을 설립해 철강업에도 진출했다.
이 회장은 건설업에 필수적인 철강사업이 활성화되자 1994년 서희건설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 회장이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이라는 점.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공채 1기, 정준양 전 회장이 8기. 지금의 최정우 회장이 14기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 서희건설은 ‘테마주’로 떠오르며 급성장을 이뤘다.
이봉관 회장은 문 대통령의 모교 총동문회장을 지냈다.
건설업 불황으로 업계엔 찬바람이 불었지만 서희건설은 연매출 1조 원대로 커졌다.
올해 2분기는 절정이었다.
매출이 3,5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했고, 지배지분 순이익은 145억 원으로 77.2%나 늘었다.
동종업계에 지속되는 찬바람에도 서희건설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지역주택조합 수주실적 덕분이었다.
서희건설은 올해 상반기 공격적인 수주전으로 광주흑석지역 주택조합, 남양주·부평 조합주택, 사천용강 조합주택 등을 따냈다.
지난 2017년엔 국내 최대 민자발전 사업인 고성하이화력 1·2호기 발전소 건설공사도 3,673억 원에 수주했다.
● 문재인 테마주의 문재인 이용하기?
지난해 4월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평화분위기가 조성됐다.
자연스레 접경지대 지뢰제거 사업이 논의됐고 6월경 대규모 국책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하자마자 해당 건설사 주가는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하지만 4개월 후, 우여곡절 끝에 사업은 무산됐고 급등했던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그 짧은 4개월 사이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회장은 주식을 대규모 매각했고 1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회장이 주식을 매도하기 전 지뢰제거 사업이 이미 무산됐음에도 4개월이 지나서야 그 소식이 알려졌다는 점.
당시 이 회장은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4일간 1,000만 주를 넘게 팔아치워 116억 원의 시세차액을 거둬들였다.
주식을 팔기 전 5.88%였던 이 회장 지분은 현재 3.94%(10월 기준)로 축소됐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서희건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개월이 흐른 지금에도 감감무소식.
실체가 불분명한 지뢰제거 사업 진출 소식을 퍼뜨려 주가를 올린 후 회장은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각,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문재인 정부에서 사정이 내려져야 했다.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의혹만 가득하다.
세간엔 합리적 의심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뢰제거 사업이 서희건설과 문재인 정부 앞길에 ‘지뢰밭’이 되진 않을까?
2편 <이 진사네 세 딸>이 이어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