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대부분 문여는 법도 몰라
설문조사 결과 ‘관심도’와 ‘내 문제 인식’은 별개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서울시민 대부분이 지하철 이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서울지하철의
안전도에 대해서도 거의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시민 다수가 전동차문이 잠길 경우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2월21일 서울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오차율 ±3.2%) 결과 나타났다.
시민 75%, “지하철 이용이 두렵다”
1,000만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 그러나 시민들은 이제 그 발이 두려워졌다. 언제 대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지하철 이용이 두렵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24.4%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75.6%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두렵다는 답이 21.8%, 조금 두렵다는 답이 53.8%였고, 별로 두렵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20.2%였다. 전혀 두렵지 않다는 사람은 겨우 4.2%밖에 안 됐다.
서울지하철의 안전도에 대한 물음에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75.7%가 서울지하철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전동차 내부가 화재에 취약하다고 여기는 탓이 컸다. 화재가 발생한 지 단지 몇 분 사이에 대구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남김 없이 타버렸다. 이번 지하철 사고는 전동차 내장재가 너무 쉽게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어 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이다.
서울지하철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고 시민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하철 시스템 중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열에 넷이 의자와 바닥 등을 불연 소재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22.8%는 기관사의 위기대응 능력 향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제연(除燃)장치 완비(12%),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완비(11.8%), 전원 자동차단 시설 개선(9.5%), 비상등 시설 개선(5.8%) 순이었다.
이번 사건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과반수(51.5%)가 재난재해 안전시스템의 부실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하철 관계자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답도 38.8%에 달했다. 지하철의 폐쇄된 공간적 특성 때문이라는 답은 9.7%에 불과했다. 대비가 잘 돼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 대부분이 아직도 수동으로 지하철문 여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시 지하철문이 잠길 경우 수동으로 문 여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겨우 12.2%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야 수동으로 문을
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답이 무려 20.1%에 달했다. 12.2%는 아예 모른다고 답했다. 그리고 대략 알지만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는
사람이 55.5%로 과반수가 넘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탓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만약 서울지하철에서 전동차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시 한 번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