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사태, 노조 ‘판정승’
63일 끈 두산중공업 사태 3월12일 새벽 극적 타결
1월9일 고 배달호 노동자 분신 사망사건 이후, 63일간 극한 대치 상태를 보여왔던
두산중공업 사측과 노동자측이 3월12일 새벽 6시께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자칫 두산중공업 사태가 노동계 전체로 불씨를 옮기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권기홍 노동부 신임 장관이 3월10일 직접 회사를 방문, 노사의 요구안을 조율했다.
정부개입 노조 손 들어줘 노동계 고무
합의된 사항은 △회사는 개인손배·가압류를 장례 후 7일 이내에 전부 취하 △조합비 가압류는 합의 후 조합비 해당 부분의 40%에 대해서만
적용 △회사는 분신사망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사장 명의의 담화문 발표 △회사는 노사문화팀, BG별
노사문화팀의 업무 성격을 명확히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업무를 지시하거나 시행하지 않음 △회사는 해고자 복직과 징계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해고자 중 5명을 복직시키며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적으로 협의 △회사는 파업기간(2002년 5월22∼7월7일)
중 무결처리로 인한 순손실분의 50%를 지급 △2003년 1월9일 이후 발생한 사안에 대해 회사는 조합원에 대한 사규 적용을 하지 않으며,
2003년 1월9일 이후 노사 양측과 관련 당사자가 제기한 진정 고소고발 등 일체의 민형사상 타툼 취하 △합의 후 즉시 제반 장례 절차를
진행하며, 이상의 모든 합의는 장례 후 7일 이내에 이행 △명예회복 차원에서 고 배달호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철회하고, 장례절차와 유족
관련 사항은 별도 합의 △기타 현안 사항은 추후 별도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노사 합의와 관련 박방주 두산중공업지회장은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과를 이뤘다”고 평했다. 박 지회장은
“(노사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행이지만 분신한 동지의 시신을 옆에 두고 기쁘다는 표현을 하지 못 하겠다”고 씁쓸해 했다.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는 회사측으로부터 조합비 60%를 돌려받는다. 금액으로 따지면 8,700만원 가량 된다. 노동자 개인들도 파업기간
중 무결처리로 인한 순손실분의 50%를 회사가 지급한다는 합의 내용상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3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1,336명의
조합원이 이에 해당한다.
노조측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해고자 전원 복직이 성사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우선 5명에 대한 복직이 이뤄지는데 HSD 엔진 소속 2명의
조합원(전복현, 이상우)이 이에 포함되고, 나머지 3명은 회사측에서 지명한다.
유족에 대한 보상문제는 별도 합의됐으나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장례식은 3월14일 노동자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노동자들의 묘소가 많은
양산 솥발산 자락으로 잠정 합의됐다.
한편,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두산중공업에 중재차 방문한 첫날(3월10일)만 해도 합의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권 장관은 사측의 김종세 부사장과
정석균 전무, 노조측의 김창근 금속노조위원장과 박방주 두산중공업지회장을 만났으나 이견 차이가 너무 커 난항을 겪었다. 권 장관은 노사 양측에
11일 오전 9시까지 요구안을 수정토록 하고 오후 3시께 노조측을, 밤 10시께는 사측을 만나 막판 조율했다. 12일 새벽 한 때 노사가
서로 대립해 노동부 중재단이 철수하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사태가 노사합의로 원만히 해결됨에 따라 20일께로 예정됐던 기아차, 대우조선 등 100여개 민주노총 소속 금속산업연맹 사업장의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사태의 해결은 정부가 적극 개입,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