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교민 귀국 러시
중국, 홍콩
등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원국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역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사스 의심환자 속출
국내에서는 지난달 23일 현재 사스 유사 증상으로 신고된 환자는 총 41명이며, 이중 사스 의심환자는 총 7명, 조사중인 환자 9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중합효소면역반응(PCR)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는 5명이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은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질병통제센터로
부터 ‘이 진단시약(PCR)은 가짜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사스 판정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권고가 있어, 현재로서는 사스 환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당국이 사스 위험지역인 베이징 소재 6개 대학에 대해 휴교령을 발령해 유학생들이 국내 입국을 시작했으며, 홍콩 미국 등지의
교민들도 입국을 서두르고 있어 이들의 입국 러시가 시작된 지난달 23일 이후 사스 환자나 보균자를 판별할 검역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항, 항만 검역 허술
원인은 ‘인력난’
그러나 사스의 국내 유입 최전선인 인천국제 공항과 주요항만에서의 검역체계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달 23일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 및 교민은 약 4천 여명. 이중 베이징 등 사스 감염 위험지역에서 입국하는 2,000
여명 중 700명 정도에 한해서만 체온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배를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온측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대해서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전부다.
공항검역소 이종구 소장은 베이징 등 일부지역에 입국하는 하루 700여명 가량을 상대로 체온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검역설문서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비행기 한 대에 6~8명 정도의 검역관이 달라붙어야 하는데 지금 인원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국립보건원 권준욱 방역과장 역시 “전국의 역학조사관이 33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스 방역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데다 제주도, 전주 등지에서
이질까지 발생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사스 판명 기준 모호해
전문가들은 사스 발병 한 달을 맞이하고 있는 현재 병원균의 명확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감염자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원인으로 발병초기
중국당국의 사실은폐를 지적한다.
정국정부가 사스발생 당시 감염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숨겨왔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어려웠다는 것.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정부의 사스 판정에
있어서 안일한 기준 적용이 중국의 잘못을 답습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몇몇 의학 전문가들은 사스 원인체로 알려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라 해도 모두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데도 정부가
중증만을 사스 발병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를 방치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방역당국이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는 PCR검사를 통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법에서 양성을 보인 환자에 대해서도 사스 환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늦장 대응 우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사스관련 긴급차관회의를 열어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사스 발생시 격리 병동으로 지정하고,
현재 4군으로 강제격리 근거가 없는 사스에 대해서 페스트와 같은 1급 전염병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 등의 대책을 내놨다. 공항에는 군의료인력
95명을 투입해 중국, 홍콩 등지의 입국자에 대해서 체온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에서 사스 보균자들이 들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교류가 많은 데다가
인구밀집도가 높고 문화적으로 아파트 등에서의 공동생활이 많기 때문에 사스가 한번 들어오면 무섭게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위험지역 입국자들을 체계적으로 추적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발병후 격리’가 아닌, ‘발병전 차단’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