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총기관리…잇따른 총기사건 발생
대한민국은
과연 총기 안전지대인가? 최근, 부산에서 러시아인들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몰래 구입한 권총으로 자살하는 등 총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때아닌 ‘총기 공포’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특히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총기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총기관리는
허술해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부산은 총기 밀반입 최대 거점
4월17일 대한민국 제1항도 부산 도심에서 러시아인들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37척의 선박을 보유한 거부가 사망했고, 그의
경호원이 중태에 빠졌다.
‘거부에 대한 암살’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사실과는 달리, 그 속을 살짝 들여다보니 이건 ‘러시아 마피아간의 암투’였다.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사람은 러시아 마피아와 마찰을 빚고 일본에서 숨어 지내다가 3월13일 위조여권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인물.
이를 살해한 용의자들은 러시아 군대가 사용하는 소음기가 달린 7.62㎜ 구경 ‘바이칼’ 권총과 사제 권총을 사용했다. 범행 현장에 총기를
버리고 간 것은 전형적인 러시아 마피아의 수법이다.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들은 오리무중이다.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러시아에서 검거됐으나 시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일부는 서울로 잠행했다는 소리가
있다. 이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 한복판에서 부산의 사건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가 경찰과 시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흘 후인 4월21일, 서울 서초동 우면산에서는 박 모(37)씨가 스페인제 9㎜ ‘라마’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취업을
못 해 고민하다 신변을 비관하고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자살에 이용된 권총은 지난 1996년 말 보름간 미국을 여행하면서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공항 검색대를 무사 통과한 것이 거의 확실한 만큼, 그간 얼마나 많은 총기가 공항을 통해 유입됐는지 경찰은 짐작조차
못 하고 있다.
4월22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민간인의 총기사용범죄는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 1998년 14건이었던 것이 1999년 21건, 2000년
24건으로 늘어났고 2001년에는 36건으로 급증했다. 2002년 12월31일 기준으로 불법무기에 대한 자진신고 및 색출된 건수를 보면
무려 1만2,584건이나 됐다. 세부적으로는 권총 113건 소총 33건 엽총 842건 공기총 9,827 기타 총포류가 1,769건이었다.
그 만큼 소지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해외여행 시 공항과 항만을 통한 내·외국인의 총기 밀반입이 늘었을 뿐 아니라, 부산 등
항만 도시에서 우려할 정도로 총기를 구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산은 100∼400불 정도만 지불하면 누구나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다고 지역 상인들은 증언했다. 거의 전부가
러시아제 총기다. 한·러 국교가 수립된 1990년 이후 러시아 어선의 부산 입항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들의 주목적은 고장난 어선을 수리하는
것. 이 어선들에는 러시아 마피아간의 이권이 개입돼 있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들은 국내 조직들과 연계하며 총기류를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부산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인 H파가 관련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뒤늦게 총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5월23일까지를 ‘불법 총기류 유통사범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했다. 경찰은 관세청과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공항과 항만, 영해상 장기 정박중인 선박에 대해 단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폴과도 수사를 공조해 첩보를
입수하고,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변국 경찰에도 협조를 구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