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후 ‘열스트레스’ 줄어든다
기상연구소, 청계천 복원 전·중·후 지속적 기상관측
… 도시건축물 존재 여부에 따른 기상 환경 변화 연구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도심지 내 하천 복개 공사가 지난 6월말 시작됐다. 이 공사는 착공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우선 상권
이전 문제가 걸림돌이었고, 공사구간이 또 문제시 됐다. 최근에는 유물·유적의 발굴이 화두다.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 환경적으로만 검토한다면,
청계천 복원은 서울시민에게 큰 선물이랄 수 있다. 콘크리트에 가려져 있던 썩은 하천을 드러내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도심 속 휴식터를 만든다니 멋진 일이다. 특히 기후적으로 볼 때, 복원되면 열섬 현상 등의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작업”
기상연구소는 두 차례에 걸쳐 청계천 주변 정밀 기상관측을 실시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에 1차 관측이 있었고, 지난 8월11일~17일
일주일 동안 2차 관측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상시 관측을 할 예정이며 복원 후에도 일정 기간까지 관측은 계속된다.
기상연구소는 실제 관측을 통해 기상환경의 변화 추이를 기록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계천 공사와 같은 대규모 도심지 하천 복원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상태다 보니 기상연구소는 청계천 주변 기상관측이 도시기후 연구분야에서
가치가 높은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실 엄향희 박사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게 청계천 주변 기상관측”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관심보여
이 작업에는 일본측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올
1월 초 엄향희 박사가 일본 동경도립대를 방문해 연구목적 등을 설명하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2차 관측은 한·일 공동으로 진행하는 형식이 됐다. 기상연구소에서는 엄향희 박사를 포함해 3명이 참여했고, 일본측에서도 동경도립대
미카미 교수, 국립환경연구소 이치노세 박사, 동북공익문과대학의 바이 교수 등 3명이 참여했다.
관측은 청계천 주변의 기온 습도 바람 일사 복사 건물온도 지표온도 등 기후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고려했다.
휴대용 온·습도계 16조를 백엽상 내에 설치해 청계천 주변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것에서부터 휴대용 복사계를 들고서 직접 이동하며 복사열을
측정하기도 했다. 건물 옥상에서 청계천 쪽을 향해 적외사진을 찍어 지표면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이용됐다.
열기구를 띄워 올려 청계천 주변 상공의 온도와 바람, 습도의 변화 등을 측정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관측팀은 지상에서 1~2km 높이까지
열기구를 띄워 올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안보상 이유로 거부해 이뤄지지는 못 했다. 관측팀은 기구를 200m
높이까지 띄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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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기 수월해질 것”
기상연구소는 청계천이 복원될 경우 열섬 등 열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과 녹지가 생기고 고가도로 등 구조물이 철거돼 바람길이
조성되면 청계천 주변 시민들의 열스트레스가 줄어들어 시민들의 여름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엄 박사의 설명이다. 엄 박사는 “교통량
감소로 인한 대기정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실제로 관측기간에 건물 옥상에서 지표면 적외사진을 찍어 본 결과 콘크리트 건물이 뿜어내는 열기가 대단했다. 대낮에는 40도를 훨씬 웃돌았다.
“5.8km에 이르는 하천을 덮던 콘크리트와 고가도로는 낮 동안 축적한 열을 밤에까지 간직하기 때문에 열대야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엄 박사는 말했다.
기상연구소가 현재 실시하는 청계천 주변 관측은 도시 건축물 존재 여부에 따른 기상환경변화 및 열섬과 열대야 현상 원인 분석을 위한 훌륭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상연구소와 일본측 참가 팀은 내년 여름쯤 한·일 공동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진행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논의하며, 관측을 통해 나온 데이터에 대한 분석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열섬이란? |
열섬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히트아일랜드, 도시열섬 등으로 불린다. 도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주거·상업·공공시설 등이 늘어나 녹지 면적이 줄어들고, 각종 인공열과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도시 상공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열섬이다. 열섬은 여름철 열대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섬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지역은 광역시 이상의 대규모 도시지역을 들 수 있다. 특히 내륙에 위치한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등이 열섬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는다. 이들 도시지역에 대한 열섬의 발생정도는 도시의 발달과정, 즉 산업화, 인구밀도, 도시 내 녹지공간 면적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도시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열섬 강도가 점차 심해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열섬은 도시 내의 대기 순환을 변화시켜 오염물질의 확산에 영향을 주고, 특히 지표부근 기온의 공간 분포가 달라짐에 따라 생활환경의 쾌적도에 영향을 준다. 열섬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자연지대와 도시지대 사이에 기온 강화와 상승 현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용해 도시에 숲이나 공원 조성 등 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5월 한국기상학회 발표에 따르면 창덕궁·창경궁·종묘 등 녹지가 많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게 나타났는데, 그만큼 녹지가 열섬을 예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