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장치’ 영구기관 발명 특허 출원 해마다 증가
평생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마라톤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정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티겠다는 무모한 사람들은 아니다. 에너지를 단 한 번만 공급하고도 영원히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고안하는 사람들이다. ‘꿈의 장치’로 불리는 영구기관(무한동력장치)에 대한 특허 출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정말 이들의 생각대로
그런 장치는 가능할까?
영구기관은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
특허청에 따르면 영구기관과 관련해 1998년부터 2003년 6월까지 최근 5년 동안 총 464건이 특허 출원됐다. 연도별로는 1998년
45건, 1992년 42건, 2000년 79건, 2001년 96건, 2002년 110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도 92건이
출원돼 출원건수의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특허청 심사 4국 전기심사담당관실 문찬두 과장은 “영구기관은 만들어질 수 없는 말 그대로 ‘꿈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꿈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허청은 출원된 것들이 대부분 열역학 제1의 법칙인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몇 가지 예를 보자.
A : 에너지를 주입해 모터를 돌린다→모터에서 나온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그 전기를 가지고 일을 하고 또 모터를 돌리는 데 쓴다.
말도 안되는 예기다. 마찰에 의해 모터와 발전기간 에너지 이동시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다시 모터를 돌릴 힘도 모자랄텐데 다른 데 쓴다니….
B : 여러 개의 속이 빈 깡통을 체인 모양으로 연결한다→연결한 것을 고정도르래에 감아 아랫부분만 물 속에 잠기게 한다→물 속에 잠긴 통의
부력에 의해 도르래가 돌아간다→그렇게 되면 물 밖에 나와 있는 통이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게 돼 영구운동을 한다
그럴싸하다. 그러나 물 속에 있는 통이 받는 부력은 물 밖에 있는 통을 물 속으로 밀어 넣는데 소요되고 공기중 미묘한 마찰로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작동할 수 없다. 역시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된다.
중세 때부터 열풍
영구기관에 대한 연구는 중세 때부터 이어져 왔다. 중세 건축가 오네쿠르는 7개의 망치를 바퀴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다는 장치를 고안했다.
바퀴 한쪽에서 망치가 떨어지는 힘에 의해 바퀴가 회전하고, 그 힘을 받아 다른 망치가 다시 위로 올라가 떨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 역시
공기와 망치, 바퀴와 망치 사이의 마찰에 의해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이상에 불과했다.
중세에는 이런 영구기관에 대한 연구가 열풍 수준이었다.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런 모습을 보고 “영구 운동의 연구는
쓸모 없는 실현 불가능한 인류의 망상”이라면서 “그들은 언제나 끝내는 연금술사들과 같은 파경을 맞았다”고 말했다.
쇳덩이를 금덩이로 만드는 연금술, 늙어도 죽지 않게 하는 불로장생 약, 그리고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영원히 움직이는 영구기관은 발명의
3대 불가능 분야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진정한 발명의 매력. 특허청 심사 4국은 ‘그만 좀 출원했으면’ 하면서도 꾸준히
발명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싫진 않은 기색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