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돈 주고 살 순 없다”
한소리회 군산화재참사 3주기 날
‘성매매 안 하기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식 열어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3년. 여전히 대명동에는 7개 업소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 그곳을 찾는 남자 손님들이나
일명 ‘포주’들에게 그 사건은 단순한 화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 한다. 9월19일은 그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서울 인사동 문화마당에서는 한소리회 주최로 ‘성매매 안 하기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식이 열렸다. 이 운동은 당연히 주 타깃이 남성이다.
성매매를 통과의례 내지는 유흥쯤으로 치부하며 도덕적인 죄의식을 상실한 성인 남자와 미래에 ‘고객(?)’이 될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매매를
안 한다는 약속을 받겠다는 의도였다.
성산업 종사 여성 200만명 추정
유영님 한소리회 대표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사회적 관행과 불평등, 구조적 모순과 싸우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돈주고 살 수는 없다”면서 “그간의 무관심과 공범의식을 벗어 던지고 한목소리로
성매매 근절을 외치자”고 동참을 호소했다.
현재 성매매 업소에 등록돼 전업으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은 33만명에 이른다. 여성부가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무려 24조원이 성매매산업에 유입됐다. 국내총생산의 4.1%에 달하는 금액으로 같은 해 농어업
총생산 규모와 엇비슷했다. 이는 단순히 전업 성매매 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 여성단체들은 유흥업소 등까지 합하면 무려 150만명에서 200만명이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액은 어림짐작조차도 불가능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오경숙 여성연합 대표는 “군산 화재참사가 일어나 잠시 이슈가 됐지만 국회의원들은 성매매방지법 제정도 계속 뒤로 미뤘다”며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한편 “성매매방지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마지막인 16대 정기국회에는 현재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돼 있다. 알선업자 처벌강화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확대가 주 골자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알선업자의 처벌은
가볍게 하고 성매매자는 무겁게 처벌해 현실적이지 못 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은 반대로 알선업자와 건물주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자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송길원 하이패밀리(사랑의 가정연구소) 대표는 “성매매를 개인 자유인 것처럼 치부하는 현실 때문에 왜곡된 남성들의 성문화가 더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국가가 단속의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성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에 있는 5개 성매매 밀집 지역을 정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시장은 “성매매가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그냥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소리회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9개 민간단체의 연합체로 1986년 10월 결성됐다. 이 단체는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보호, 피해여성 상담과 지원, 성매매 근절을 위한 새로운 법 제정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