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김철수 의혹, 진상규명 되나
“김철수라 불렸지만, 노동당 활동은 안해” 검찰 사법처리 여부 심사숙고
지난
9월2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에 초청돼 37년 만에 고국땅을 밟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 뮌스턴대)
교수에 대한 국가정보원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송 교수를 해외민주화인사로 초청한 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송 교수의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정부 역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독일 국적의 송 교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37년만의 입국 “감개무량하다”
9월22일 송두율 교수는 부인, 두 아들과 함께 37년 만에 고국땅을 밟았다. 그는 입국 기자회견에서 “반갑고 감개무량하다. 37년 동안
마음에 담아둔 조국에 온 게 실감이 안난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3년 독일로 찾아와 만난 뒤 20년 만에 어머니와 형제들을
만나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법원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 받은 국정원은 송 교수측이 자진출두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송 교수는 이날 오후 숙소인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북한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는 의혹에
대해 “2001년 8월 법원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난 만큼 이번 기회에 혐의를 벗을 자신이 있다. 때문에 국정원 조사를 당당히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린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연찬회에 참석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송
교수 “김철수로 불렸지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아니다”
송 교수는 9월23일부터 사흘동안 국정원에서 출퇴근 형식으로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은 송 교수를 상대로 북한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인지와 지난 92년 자수한 간첩 오길남이 독일 유학생이던 85년
11월께 그에게 입북하라고 권유했는지, 그리고 90년대 북한을 왕래하며 벌인 활동내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히 1997년 귀순한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와 탈북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정원이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송 교수가 북한에서 김철수로 불려왔다는 것에 대해서 송 교수 또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측 한 관계자는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장례식 때 북측에서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초청 받고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당시 송 교수는
이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북한은 외부인사 초청시 가명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측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도 “송 교수는 양심을 걸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받거나 활동한 적이 없다”며 “상식적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자리는 장관보다
더높고 굉장한 정치적 업적이 있어야 하는 자리로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강철서신의 김영환도 김철수고, 서경원 전 의원도 김철수였다”며 “오히려 송 교수는 항상 북측으로부터 감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검찰에 결과를 이첩하면서 사법적 처리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송치 받는 대로 송교수를 다시
불러 철저히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송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송 교수를 상대로 각종 혐의 사실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송 교수 측도 조사를 빨리 마치길 원하고 있고, 우리(검찰)도 가급적 사건을 빨리 넘겨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해 국정원의 조사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송 교수를 9월24일부터 10월3일까지 10일간 출국 정지시킨 것과 관련, “독일 국적으로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는 송
교수가 조사를 마치기 전에는 국내를 떠나지 말라는 조치로 외국인을 수사할 때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라며 “출국정지와 사법처리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법무 “송교수 사법처리 어렵지 않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던 9월24일 강금실 법무장관이 송 교수의 형사처벌 여부와 관련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지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송 교수사건 처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송 교수가) 설사 (조선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 김철수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 정치국원보다 더 높은 북쪽인사들도 왔다 갔다 하지 않느냐”고 말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점심이 끝난 뒤 법무부는 해명을 통해 “남북고위당국자들이 자주 왕래하는 상황이 송 교수 처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우려된다는 장관의
사견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수사가 끝나봐야 알 것이나, 독일 국적자라도 친북활동을 했다면 국보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장관의 견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정부가 송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른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깊게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 “송두율=김철수 기념사업회 존폐고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9월25일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임이 확인된다면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책임을 져야 하고, 이 기구의 존폐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강금실 법무장관이 “송 교수가 김철수가 맞더라도 사법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과 관련 “헌법을 수호해야 할
주무장관이 법과 원칙을 어긴 부적절한 처사”라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송두율은 누구인가? |
송두율 교수는 지난 1967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 후 그는 서독 프랑크프르트 대학에서 세계적인 석학 하버마스의 지도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사회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독재정권의 탄압이 거셌던 1974년 3월, 송교수는 독일 현지에서 유신독재 철폐를 위한 운동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민건)에 주도적으로 참여, 초대회장과 2대, 5대, 6대 회장을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발기인 55명으로 시작된 민건은 국내의 유신반대 투쟁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이를 지지하는 연대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민건은 80년대 중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왔으나, 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다수 회원이 귀국해 이후 활동이 중단됐다. 송 교수는 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김대중 씨 구명운동으로 고 윤이상 선생과 함께 유엔인권위원회에서 국제적 지지운동을 전개했으며, 87년 대선 이후 주로 저작, 학술활동에만 전념해왔다. 그는 또 분단된 남북간의 학문 교류가 장기적으로 건강한 상호이해의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남북간의 학문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1995년 남북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북경회의'를 추진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부인, 두 아들과 함께 독일에서 살고 있다. |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