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황장엽 초청 노림수는?
통일단체, “방미 대북모략책동 빌미”
1997년
4월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 디펜스포럼재단(DFF)의 초청으로 10월27일 망명 후 첫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황씨는 오는 11월 4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초청단체인 디펜스포럼 연설회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현황과 실태를
증언할 예정이다.
이번 황씨의 미국방문은 국정원의 특별보호가 해제된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며, 그동안 황씨가 미국 방문을 수차례 추진했다는 점과 미국
역시 황씨의 미국방문을 극도로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한편, 황씨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 국내 통일운동 단체와 정치권에서 미국의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어 황씨의 미국 방문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베일에 가린 황장엽 訪美
황장엽 씨의 방미 일정이 온통 베일에 가려 있다. 신변안전을 이유로 한국과 미국 양측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하게 보안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디펜스 포럼 연설 이외에 그가 미국에서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서 묵는지, 무슨 비행기를 타는지 일절 비공개다. 초청자인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은 “안전문제 때문에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고,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미국의 요청 때문에 대사관 내에서도
비밀”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포관련 행사는 원천봉쇄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 때문이다. 워싱턴 교민회에서 포럼측에 동포세미나를
공식요청했으나 불허됐다. 한국 언론과의 회견도 미정이다.
“황씨 방미, 대북모략책동이다”
지난 9월2일 6·15남북공동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 통일연대(통일연대), 청년학생연대,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통일단체들은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대북모략책동, 황장엽 방미 반대’ 기자회견을 했었다.
그 자리에서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은 “UN 무기사찰단 3천여며이 석달 이상 사찰했어도 나오지 않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의 집권세력인 신보수세력(네오콘)이 황장엽을 불러 대북모략책동을 하려는 것”이라며 황장엽 씨의 방미반대 취지를
밝혔다.
통일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탈북자들의 의회 증언’을 추진했고, 6월에는 ‘김정일 정권 붕괴 촉진’을 위한 대규모 기획
탈북 구상을 논의하기도 했다”며, “수 차례 안전보장 서한을 보내면서까지 황씨를 초청하려는 것은 그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빙자해 대북 압살정책을 구상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10월17일 한총련은 ‘황장엽 방미 저지 결사대’를 조직해 황씨의 미국 방문을 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황 씨 망명정부 초대 대표”설
지난 10월1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정대철 의원은 “미국 인권단체 초청으로 오는 27일 방미 예정인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전격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통일부에 대한 통외통위 국감 질의에서 “김정일 정권 붕괴를 목표로 정한 미국 정부가 탈북자나 해외 망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북한
망명정부를 세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초대 망명정부 대표로 황씨를 정했으며, 황씨도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황씨가 망명할 경우 대북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으므로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성에 대비해 청와대나 국정원은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