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이 생리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할 경우 병결로 처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학생의 절반 이상이 생리시마다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있지만, 이로인해 등교하지 않을 경우 병결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고학년일수록 통증 심해
![]() 여학생들이 생리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할 경우 병결로 처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없음.>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여학생 1,265명을 대상으로 ‘생리와 학교생활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고학년일수록 통증을 많이 느끼고, 생리통 간격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생의 경우 생리통이 심하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47.8%로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등교에 고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생리통 간격이 지속적이어서 학교생활에 지장을 받는 학생이 무려 70%에 육박했다.
반면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생리시에 별다른 통증이 없다는 응답이 31.9%와 48%로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와 관련 전교조 관계자는 “생리가 처음으로 시작될 때는 대부분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통상 생리시작 1~2년이 경과해 신체의 리듬으로 안정되면 상당한 고통을 수반해 고학년의 고통호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학회도 “여성이 성장을 하면서 생리통을 느끼는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학생의 경우 고학년 일수록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명 중 1명은 진통제 복용
생리로 인한 고통으로 인해 고등학교 여학생 두 명 가운데 한명은 진통제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혀 휴식보다는 약물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 중 30.4%는 생리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밝혀 남용의 위험까지 발생한 상태. 실례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학생 중 하루 2알 이상 먹는 학생이 절반이 넘는 54.5%에 달했다. 이 같은 습관적인 진통제 복용으로 그 효과가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통제 효과에 대해 응답한 226명의 고등학생 가운데 통증이 없어진다고 한 답변은 16.8%에 불과한 반면 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이 45.2%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1명은 진통제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밝혀 이미 만성이 된 여학생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학업을 유지하게 위해 휴식을 할 수 없어 약물치료로 통증을 모면(?)하려는 인식이 깔려있는 상태로 풀이된다.
전교조는 “진통제는 간과 신장, 콩팥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성장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생리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고생 절반 수업곤란
전반적으로 생리로 학교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학생은 28.2%로 나타났지만, 통증으로 정상적인 수업을 받기가 곤란하다는 학생이 37.2%였다. 더욱이 고등학교 여학생은 절반에 달하는 49.8%가 지장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체육시간은 전체 여학생 10명 중 7명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해 가장 달갑지 않은 시간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이 생리통으로 학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당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배려가 미미한 상태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달하는 것이다. 비록 초등학생의 3분의 1은 양호실에서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상태이지만, 학교에서 결과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고생은 전체의 80% 가량이 귀가해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쉽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학생이 등교하는 학교에 생리대가 비치된 곳은 38%에 불과하고, 더욱이 보건실에 제대로 구비된 학교가 54% 불과해 여고생 관리에 문제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교조는 ‘여성직장인이나 공무원에게 보건휴가가 인정되고 있다’면서 ‘생리로 인한 결석·조퇴·지각·결과에 대해 생활기록부상 불이익이 없도록 공결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공결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생리통과 관련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데 반대입장이 많다”면서 “학생의 생활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악용될 소지가 많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에서 시험볼때 일반 결석의 경우 전체 평균의 70%만 점수로 인정해주는데 만약 공결로 처리한다면 학생의 평균점수를 그대로 인정해 줄 수밖에 없어 대학입시가 치열한 국내 정서에 부합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 붙였다. 여학생이 생리를 빙자해 학업생활을 제대로 이행치 않을 경우에 대한 전교조 보건담당자는 “생활기록부에 생리를 월 1회로 한다는 내용이 삽입돼야 한다”면서 “이는 보호자의 동의와 증명을 받으면 큰 문제가 생기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