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조각가 심문섭, 가나아트센터서 통영 바다 품은 단색화 개인전

URL복사

6월6일까지 가나아트에서 <물物에서 물水로>전
블루계열 단색화 41점, 테라코타 17점 선보여
“조각·회화 영역 구분 무의미. 함께 가는 세계”
직장인 컬렉터들에게 명상과 치유 안겨줘 인기

 

통영의 푸른 바다와 바람은 많은 예술가를 낳았다.

조각가 심문섭(1943~ )도 통영이 낳은 작가이다. 파리,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미술계에 한국 대표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며 제자를 키워냈던 그가 서울을 떠나 고향을 찾은지 15년.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두고 코로나19 속에서 작품에만 매달렸다.

 

통영의 바다내음, 그 속삭임,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파도는 이제 그에게 스며들고 작품의 생명이 되었다.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전혁림 등이 통영에서 자양분을 섭취해 명작들을 내놓았듯 심문섭 역시 통영이란 자궁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잉태했다. 그리고 이제 그 생명체를 내어놓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0일 오픈, 6월 6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물物에서 물水로>전에 평면회화 41점과 조각 17점을 선보인 것. 전시명은 ‘조각으로부터 회화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다내음 물씬한 단색화 계열의 푸른 빛 신작 회화와 테라코타들을 만날 수 있다. 물(物)은 오브제 즉 조각을 의미하고, 물[水]은 바다의 개념과 함께 수성 물감인 아크릴로 그린 회화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견지해온 심문섭의 예술 여정을 돌아보고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온 그의 조형 언어를 탐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내 톱 갤러리에서 심문섭의 회화를 대규모로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작가가 평면 회화 작품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그에게 회화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자신 내면의 이미지, 경험, 기억을 바탕으로 어떤 질문을 찾고 회답하는 일련의 과정이에요. 페인팅을 하는 것은 제게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죠.”

 

작가는 국내 미술계에서는 미술 장르에서 조각, 회화의 영역을 가르고 구분하는데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마치 다이얼을 7에서 9로 마음대로 돌리는 것과 같은 거에요. 조각과 페인팅은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에요. 서로 보완하는 거죠. 물고 물리며 같이 작동하는 세계일 뿐이에요.”

 

작가는 시간상 발표를 늦게 했을 뿐 조각이나 회화나 자연스럽게 스스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 말한다.

 

 

통영 바다가 심문섭 창작의 자양분

 

작가에게 성장 환경과 추억은 주요하다. 작품의 씨줄 날줄이 된다. 심문섭에게도 마찬가지. 통영에서의 유년기의 체험, 푸른 하늘, 그 하늘을 닮은 바다의 이미지는 작품에 이입되어 있다. 미니멀 아트 계열인 그의 그림 속에는 통영 바다의 다채로운 표정,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등이 느껴진다. 시원한 한여름 바다, 추운 겨울 바다, 그속의 다양한 어종도 연상이 된다.

 

“어린 시절 저는 매일 통영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바다는 그 표정이 천태만상이죠. 제게 바다는 세상의 전부였죠. 통영이 고향인 덕에 저는 작가가 되어 세계속으로 날아갈수 있었어요.”

 

최근 미술시장이 최고 핫한 가운데 심문섭의 회화도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직장인 컬렉터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작품이 ‘멍때리기 좋은 작품’으로 추천받기도 했다.

 

 

“제자에게 들었어요. ‘멍때리기 좋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죠. 그저 감사해요. 사람들이 편하고 친숙하게 제 작품을 보고 감상한다는 걸 듣고 잔잔한 감동이 일더군요.”

 

‘멍때리기 좋은 작품’이란 그림과의 대화를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관람자에 따라 작품 세계에 몰입해 자신을 그 속에 던져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그리고자 한 바다와 하늘, 푸르름과 생명 등을 작품 속에서 연상하며 명상하고 힐링할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작품 감상인 셈이다.

 

파도처럼 붓질하며 바다와 하늘, 생명 담아

 

작가는 흰색의 캔버스에 유성 물감으로 짙은 푸른색을 먼저 칠하곤 한다. 바탕색이라 볼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수성 물감인 아크릴로 색을 올릴 때 처음 색이 살아 오르고 숨을 쉴수 있도록 올린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그 색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감을 이루도록 한다. 붓질로 표현되는 그 과정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나가며 서로 대화 하듯이. 한참 그런 상호작용에 빠지다보면 작품은 끝이난다.

 

고향 바다를 차경해 파도의 쉼 없는 반복이 만들어내는 무한의 질서, 그 리듬과 운동성, 그리고 거대한 에너지를 화폭에 담는다. 이렇게 심문섭은 조각가로서 추구해온 물성의 순환, 시간성을 바다를 통해 가시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그의 회화는 조각의 연장이며, 사각 틀 안에 갇힌 사물이 아니라 파도와 같이 무한한 운동성과 가성을 가진 공간인 셈이다.

 

심문섭은 “나는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생동감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의미의 흐름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조각가 길 터준 테라코타 작품도 전시

 

그는 일찍 드로잉을 시작했다. 유년시절 매일 아버지를 졸라 갱지를 사서 그림을 그렸다. 그가 다닌 충렬국민학교의 교가는 유치환이 작사, 윤이상이 작곡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심문섭이 통영중에 입학한 후에는 한국화가 이석우(1928~1987)가 미술교사였다. 중학교 3학년때는 부산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서양화가 김종근(1933~2012)이 부임해 심문섭이 통영고에 진학한 후까지 사제지간의 연을 이어갔다. 고교 졸업 후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이번에 전시된 테라코타는 작가가 활동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다루어 온 작업들이다. 심문섭 작품 세계의 깊이를 조망하도록 이끄는 테라코타 작업는 푸른빛 회화들과 함께 마치 땅과 바다, 하늘의 조화를 보는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테라코타는 심문섭에게 조각가로서의 시작을 열어주었다. 그뿐 아니라 젊은 시절 국전 특선 수상의 영예도 안겨주었다. 학사장교로 군대에 있을 때 마침 부대 뒤에 옹기 공장이 있어 쉬는 날이면 틈틈이 테라코타 작업을 했는데 그 작품 덕에 국전 특선을 받았다.

 

테라코타를 시작으로 그는 흙과 같은 자연물을 통해 물성을 탐구하는 정신을 작업의 축으로 삼았다. 결국 이런 예술철학은 지금의 회화 세계에 이르게 했다.

 

한국조각계 지평 드높인 세계화 주인공

 

실험적인 작업을 즐겼던 그는 1968년에 이어 1969년, 1970년에도 국전에서 수상했다. 조각 자체보다는 조각이 되어가는 배경과 존재의 이유를 찾으며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난 ‘반조각의 조각’을 추구했다. 철, 아크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작업으로 한국 조각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1970년 한국 대표적인 전위적 미술 그룹 AG(아방가르드 협회)에 참여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1971, 1973, 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에 선발되었다.

 

또 한국 조각의 세계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1981년 일본 하코네의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파리, 상파울루, 시드니, 도쿄, 베니스 등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 참가해 한국 현대조각했다. 다니엘 뷔랑, 니키 드 생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던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 초대된 최초의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0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을 받는 등 해외 각국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물성·시간성에 천착한 모더니즘 조각 대표 작가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선두로 불리는 심문섭은 줄곧 ‘물성’과 ‘시간성’에 천착했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재료 본연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돌이 흙이 되고, 다시 흙이 철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해 물질 간의 순환을 나타내 왔다.

 

테라코타 작업에서는 점토가 채 마르기 전에 끊어지거나 부러진 형태감이 제시되거나 혹은 길게 늘어지고 휘는 부드럽고 탄력적인 형태감이 나타난다.

 

심문섭은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물질이 서로 만나서 얽히는 사이에 생기는 시적인 양상”이라고 말한다. ‘만남’, ‘얽힘’이라는 그의 표현에는 물질, 그 중에서도 자연과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을 추구하는 바람이 녹아있다. 마치 장난치듯 속삭이듯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바다와 교감하듯이.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중동발 리스크,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거렸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와 금 가치는 치솟았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악화되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 원료에 대한 수급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양측 간 추가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들썩이던 환율과 주식시장은 일단 진정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향후 재보복에 나서겠다 공언한 만큼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단시일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 ‘연쇄고리’...물가 자극, 주가 하방압력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름값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연쇄고리’에 위치해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그렇게 미국 달러 금리가 오르면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자산시장이 요동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 회원사 워크숍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단법인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는 22일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천안상록리조트 컨벤션센터(상록홀)에서 회원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유대를 강화하며, 회원사의 지위 향상 및 국민 보건과 환경보전에 기여를 도모하기 위해서 개최됐다. 행사일정으로는 전문 강사들이 초빙되어 ▲최근의 대행 환경변화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실태와 전망을 분석▲대행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생활폐기물관리제도, 입찰부당공동행위예방제도, 안전보건관리제도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 ▲자유토론으로 생활폐기물수집‧운반대행자 지위 향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앙회 회원사는 1960년대 보건사회부 오물청소법에 따른 오물처리업을 시작으로 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는 환경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을 영위하면서 지자체장의 책무를 대행하여 가정‧상가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수집하여 재활용시설 또는 소각‧매립장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송용호 중앙회 회장은 "회원사들이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업무를 함에 있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최근 법‧제도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문화

더보기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 '전통연희축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청와대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통연희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전통연희축제는 매년 2만여 명이 찾는 대규모 야외축제로 2007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전통연희축제는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연희路, 미래路’라는 콘셉트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예술대학교X세한대학교X중앙대학교X한국예술종합학교’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 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어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흥과 에너지를 선보일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구미무을농악 북놀이X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X진도북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