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경우 러시아 곡물과 비료 상당량을 수출할 수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가 해제될 경우 식량, 비료 등을 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의 현명하지 못한 경제·금융 정책으로 세계 식량 시장에 문제가 생긴 점을 고려해, 반러 제재가 해제될 경우 러시아가 비료와 농산물 상당량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흑해, 아조우해에서의 안전한 항행과 지뢰 제거 문제 등도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터키 파트너들과 협력해 방해받지 않는 해상 운송을 용이하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항구로부터의 곡물 수출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에는 초르노모르스크, 미콜라이우, 오데사, 헤르손, 유즈네 등이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어떤 항구를 겨냥해서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해 세계 식량 위기 등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갔다"며 "(러시아) 침략자로 인한 식량 안보와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를 해제할 방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했으며, 평화 회복 필요성에 만장일치 동의했다"면서 "이를 위한 터키의 도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터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을 위한 안전한 해로 구축 프로젝트에 가치를 두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대부분 흑해를 통해 수출된다. 양국 해바라기유 수출 점유율은 80%로,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해상에 설치한 지뢰도 선박 운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항구에는 컨테이너선 수십 척이 묶여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밀, 해바라기유 등 식량을 포함해 비료 공급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