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로 결정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고유가를 잡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부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달 말 이스라엘, 독일, 스페인 순방 일정에 사우디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WSJ에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외국 지도자와 접촉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대통령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사우디에 대해 '왕따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빈 살만 왕세자의 잔혹한 행태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살해와 관련, 사우디를 따돌릴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미 정보 당국은 살만 왕세자가 까슈끄지의 살해를 승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고유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석유 공급 부족은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에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가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오후 기준 배럴당 117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광범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가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서 이날 증산을 발표했다.
OPEC 국가들은 7월과 8월 하루 64만8000배럴의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에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90%까지 줄이기로 해 공급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백악관은 이날 사우디가 OPEC+의 석유 증산 약속을 지킨 데 대해 찬사를 보냈고,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사우디가 이날 8년 간 계속되고 있는 예멘 내전의 휴전을 60일 연장하기로 동의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안보와 석유에 대한 공동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논의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물밑에서 노력해 왔다. OPEC+그룹인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생산량 증대에 대한 호소가 2일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동 담당, 아모스 포치스타인 백악관 수석에너지보좌관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대통령 방문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전망이며, 이들이 지난 2년간 사우디를 6차례나 방문하며 노력해온 결과라고 WP는 전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왕세자의 만남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키자 결국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옹호자들이 승리했다.
WSJ는 "OPEC+의 계획이 당장 고유가를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바이든 행정부에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백악관 계획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UAE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 및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