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태어난 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꿨다면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일원이 돼 같은 조상을 모시며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가 용인이씨 A종중을 상대로 상대로 낸 종원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출생 당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안동 김씨'였다. 그러던 중 2013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인 '용인 이씨'로 바꿨다.
이후 이씨는 2015년 어머니가 소속된 용인이씨 A종중에 종원의 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냈다.
종중 측은 같은 성과 본이더라도 모계혈족에 불과한 이씨에게 종원의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심은 이씨에게 종원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970년대를 전후로 여성이 제사에 참여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종원의 자격을 성인 남성으로 제한하는 관습법은 2005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1심은 용인이씨 A종중의 정관도 종원 자격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적법절차를 거쳐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꿨는데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속 종중이 없게 되는 점 등을 이유로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도 이씨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한 민법 781조 1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법 조항은 '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2005년 해당 법 조항이 양성평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부성주의' 조항은 아직 남아 있지만, 다른 조문에 '합의한 경우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근거로 2심은 "어머니를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판단할 땐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 부성주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