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가맹점사업자들이 단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등 불공정 행위를 가한 것으로 조사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치킨업체들이 소송을 냈지만 상반된 결과를 받았다.
법원은 제너시스비비큐(BBQ)의 경우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 약 5억원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렸지만, 비에이치씨(BHC)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은 부당하다고 보고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판사 최봉희·위광하·홍성욱)는 지난 12일 비비큐가 제기한 공정위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너시스비비큐에 부과한 과징금 17억6000만원 중 12억65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취소 처분을 내릴 것을 명했다.
앞서 비비큐는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주도한 단체 간부 등을 상대로 가맹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과도한 수량의 전단지를 특정업체로부터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인정돼 공정위로부터 지난해 5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에 비비큐는 가맹사업자단체 간부가 계약 관계에 놓인 가맹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한 계약조항을 설정하거나 변경한 행위의 경우 가맹사업법상 규정하고 있는 내용으로 공정위 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반박했다.
비비큐는 전단지 구입 역시 강제한 바 없고, 구입 여부에 따른 불이익을 제공한 적 없으며 설사 전단지 구매를 독려했다고 해도 이는 판매 촉진을 위한 행위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비비큐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가맹사업 특성상 가족 경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인 만큼 사업자가 아닌 이들도 가맹사업법 적용 대상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법률이 단체 구성원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 계약조항 설정 및 변경 행위에 대한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도 처분 대상이 구체적 조항이 아닌 행위라는 점을 짚었다. 비비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전단지 구입 강제 행위 역시 가맹사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에 따라 경영에 필요한 양을 초과한 상품 등을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비비큐가 가맹사업자단체 간부들에 대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이 부당하다는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갱신 거절이 계약 체결 이후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 이뤄진 만큼 사측이 갱신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가 계약갱신 거절 행위에 부과한 금액만큼의 과징금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비비큐가 일부 개진된 결과를 받아낸 것과 달리 또 다른 업계 주요 업체인 비에이치씨의 주장은 법정에서 모두 배척됐다.
같은 날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위광하·홍성욱·최봉희)는 비에이치씨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5월 공정위는 비에이치씨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사업자단체 활동을 한 일부 사업자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비에이치씨는 계약해지가 허위사실유포 등에 근거했던 만큼 이는 공정위 시정명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위법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사측은 일부 조직원들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가맹사업상 거래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 처분은 가맹을 해지한 사유뿐만 아니라 계약해지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도 이유가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가맹사업자들에게 물품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행위는 부당하다고 보고 계약해지 자체에도 효력이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