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저출생, 고령화로 인구절벽이 현실화 되면서 ‘지방소멸’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2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소멸위험’ 지역은 절반 정도인 113개(49.6%)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인구감소지역 89개와 관심지역 18개 등 107개 기초자치단체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정치권도 앞다퉈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이에 직접 마을 이장되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교수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에 재직중인 권혁인 교수가 바로 그다. 2022년 3월부터 경북 문경시 호계면 우로리 이장으로 일하고 있다. 권 교수처럼 현직 대학교수가 마을 이장으로 일하는 건 드문 경우다.
권 교수는 시사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5년 전부터 고향인 호계면에서 농촌살리기 모델을 고민하다가 주말에만 가다보니 주민들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며 직접 정주하며 이장으로 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 고향 마을에서부터 협력 생태계 모델을 만들어 전국에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권 교수는 농업·농촌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한 새로운 산업육성 전략 ‘에코사이언스(Eco Science)’를 지방소멸 대응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에코사이언스는 에코시스템, 플랫폼, 서비스 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고도로 발전된 ICT기술, 빅데이터 기술 등 관련 산업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 혹은 신산업을 개발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농업은 ‘가격폭락’ ‘소득 불안정’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된 원인은 우리 농업이 1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농업‧농촌의 위기를 제조업 관점으로만 인식해 정책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것이다.
그는 “농업생산성 향상과 가격안정을 위해 벌이고 있는 생산자의 협상력 확대 전략도 가치가 있지만 그 자체로서 구태의연한 제조업 패러다임이다”며 “미래 농가 조직은 도농교류를 통해 더 높은 고객 가치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일자리는 신기술에서 직접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전통산업에 신기술을 응용한 서비스혁신에서 만들 수 있다”면서 “농업·농촌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건강과 레저, 체험 등 인류가 공통적으로 염원하는 서비스 가치를 실현할 때 일자리 문제와 지방인구 소멸문제, 도농 격차문제, 현대인의 건강문제 등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소멸 현상에 대해 권 교수는 “ICT 및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서비스를 수도권 플랫폼 기업에 빼앗기고 의료‧쇼핑 중앙와 제조업 몰락에 의한 지방의 가치 생산 감소가 중요한 원인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많은 예산을 지방에 할당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시설확충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기존의 농업,제조,관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과 가치 높은 문화를 융합하여 다른 지방보다 더 나은 혁신적 서비스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때 해결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 농업을 비롯한 산업자원, 인적자원을 총동원하여 시민과 관광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도전해야 하며, 주민들 스스로 혁신적인 서비스 과제들에 도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자체들에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마련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디지털 기술, 문화예술 등의 새로운 도구를 접목하여 더 나은 차원의 서비스 혁신에 도전을 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을 현장에서 직접 찾아 보겠다”며 직접 마을 이장으로 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급변하는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으로 산업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방법론인 ‘에코사이언스’를 제안하고 지방도시를 혁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문경 출신 지식인 모임인 ‘새재포럼’의 7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고향 문경 발전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권혁인 이장’은 프랑스 파리 6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산업부의 디지털콘텐츠유통지원센터장과 한국게임사업사관학교 공동책임자, BK21문화예술산업혁신연구단장을 역임하는 등의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08년에는 산업간 융합을 통한 SW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서비스모델」 (한경사, 2010), 「에코사이언스: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존전략」(한경사, 2015), 「문화예술산업 생태계 서비스모델」(한경사, 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