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2023년 한국정치는 여야 간 정쟁이 극심했던 한해였다. 진영 정치가 심화하면서 여야 간 극한 대치가 계속됐다. 정당 지지자 간, 세대 간 정치적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거대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현직 장관 탄핵도 있었다. 장관 등 지명자 청문회 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일도 되풀이됐다.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선거제 개편 협상은 공전중이다.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대결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정치분야 10대 뉴스를 선정, 요약해 봤다. <편집자 주>
1.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청하며 올 한해 세일즈 외교에 전력투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6번째 해외순방길에 나섰다. 올 들어선 한 달에 한 번꼴로 순방길에 올랐다. 공급망 훼손, 보호무역 회기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속에서 윤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 순방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해결하고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을 튼튼히 다졌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확보, 금융 협력 강화, 최첨단 기술의 공동 개발, 자유공정무역의 원칙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활력을 되찾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2. 특혜 의혹 이재명 사법리스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1년 내내 계속됐다. 이 대표는 여섯 차례나 검찰 포토라인에 섰고, 수시로 열리는 재판에 불려나갔다. 이 대표에 대한 첫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은 격랑에 빠졌다. 비명계의 거센 공격에 직면한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당무에 복귀하고 검찰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3. 보수리더로 급부상한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보수 진영의 정치 리더로 부상했다. 한 위원장은 여당의 비상 사령탑으로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스타 장관’으로 불려온 한 위원장은 일찌감치 여당의 차기 지도자감으로 불려왔다. 보수의 중요 가치인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대야 전투력도 인정받아 보수 진영에서는 드물게 팬덤도 형성됐다. 다만, 정치 경험 부족해 여야 간 강대강 대치 정국을 돌파해 내년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있다.
4. 한미동맹 70주년
전쟁의 포화를 뚫고 맺어진 혈맹 ‘한미동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다. 한미 양국은 1953년 10월 1일 전후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한미 간 방위조약 체결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조인하고 1954년 7월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11월 18일 정식 발효됐다. 이후 지난 70년에 걸쳐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발전해 온 한미동맹의 역할과 기능은 북핵, 팬데믹, 경제질서 변화, 기후위기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동맹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5. 북한 핵고도화·미사일 도발
북한은 전술핵탄두 개발과 핵무력 헌법 명기에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남한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이런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억제·압박 강화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다.
6. 용두사미된 여야 혁신경쟁
여야는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혁신기구를 통해 반전을 모색했다. 올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인요한 혁신위’와 ‘김은경 혁신위’를 각각 출범시켜 위기 돌파를 시도했지만 요란한 말잔치로 끝났다. 양당 혁신기구는 ‘꼭두각시 친위대’라는 비판을 받았고, 쇄신을 위한 ‘환부 수술’은 기득권 의원들의 반발에 결국 좌초됐다.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나선 ‘인요한 혁신위’는 친윤 중진·지도부의 반발에,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혁신위원들이 ‘친명일색’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친위대’라는 공격에 조기 퇴장했다.
7. 이상민 장관 탄핵-복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정치가 심화하면서 현직 장관이 국회에서 탄핵되었다 다시 직에 복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올해 벽두부터 강대강으로 충돌하던 국회는 지난 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이 결집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 미비가 잉유였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 탄핵 심판 청구 기각으로 167일 만에 직에 복귀했다.
8.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정지
북한은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5월과 8월 실패 이후 11월 세 번째 발사 시도 끝에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했다. 그러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전면 파기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다. 9·19남북군사합의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등에서의 지뢰제거 작업, JSA비무장화 조치, 남북한 GP의 시범적 철수 등의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북한의 지속적인 합의 위반으로 남북한간 신뢰가 깨지면서 그 실효성이 상실된 상황이었다.
9. ‘개딸’ 팬덤에 빠진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 등 강성 당원들 활동에 대한 논란으로 올해 내내 계파간 갈등이 이어졌다. 당내 의견 그룹 ‘원칙과 상식’ 소속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민심과 당심을 왜곡시키는 ‘개딸’ 활동과 손절해야한다는 요구가 있는 반면, 대의원 등 기존 당내 기득권 세력 혁신을 위한 당원들의 자발적 활동이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늘리는 당헌이 확정되면서 비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0. 홍범도 흉상 이전·철거논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3.1절 99주년을 기념해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한 독립군 및 광복군 영웅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공동 청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도 철거하겠다고 밝히면서 온 사회가 역사논쟁이 휘말렸다.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 공이 있으나, 자유시 참변 당시 행적과 소련군 소속이 된 분의 흉상이 육사 내에 있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게 철거·이전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