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22대 총선 서막이 올랐다. 오는 4월 10일 투표일까지는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각 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총선 채비에 돌입한 상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를 출범시켜 지도체제 정비를 마쳤고, 10일까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해 후보자 공천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임현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하고 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 총선을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만 보면 여야 공히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다. ‘정부 심판론’이 우세하지만 야당으로의 표 쏠림은 아직 없다. 여기에 제 3정당 출현이 총선 기류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4.10 총선 성패 1차 관문은 공천 물갈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각 당이 공관위를 띄우며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여야 모두 공천 공정성 확보와 함께 인적 쇄신이 총선 성패의 1차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물갈이’ 규모다. 여야 공히 현역 의원 ‘물갈이’ 폭에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 교체가 화두로 떠오르곤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중진, 친윤 의원들의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통한 ‘희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586 정치인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지난 총선을 보면 대체로 50% 수준의 물갈이를 한다”면서 “사실 선거는 결국 물갈이다. 거기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지금은 그거 밖에 안 남았다. 양당이 물갈이에 올인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연령에 의한 세대교체 보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할 걸로 예상된다. 특히, 영남권 현역의원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두 가지 공천 기준을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공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면서 “또 하나는 그 내용이 이기는 공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공천 칼자루를 쥘 공천관리위원장에 판사 출신 정영환 고려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하면서도 ‘공정’을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정 공관위원장에에 대해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으로 국민의힘에서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공천을 강조해 불거질 당내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여의도 문법’에 물들지(?) 않은 신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선임한 비상대책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한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 의지는 분명하게 읽힌다. 당연직 2명을 제외한 임명직 8명 가운데 7명은 비정치인이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당내 통합을 위한 대사면(1호)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2호)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3호)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4호)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5호) ▲당내 주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6호) 등 6개의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당무감사위원회도 지난해 11월말 당무 감사를 통해 204곳 가운데 46곳의 당협위원장 활동에 문제가 있다며 컷오프(공천 배제)를 권고했다. 컷오프 권고 비율은 22.5%였다. 비대위가 혁신위의 혁신안을 모두 반영한다면 최소 42.5% 이상의 물갈이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곤 데일리리서치 부소장은 “수도권, 중도층, 각 당의 물갈이 공천 세 가지가 내년 총선의 중요 변수다”며 “여당은 기득권, 영남권 주축으로 된 부분을 789세대로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되느냐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0% 이상의 물갈이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텃밭인 호남권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현재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되는 공천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차지했다. 현역 의원의 ‘수성’과 원외 인사의 ‘도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의 가장 큰 변수는 계파다. 이 대표가 피습사건으로 현재 병원 치료 중이라 당내 계파간 불협화음이 잦아든 형국이지만 공천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간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 전망이 많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 중심의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현역 50% 물갈이’를 주장하며 586전대협 세대의 퇴진을 요구했다.
비명계 현역의원에 대한 친명계 원외 인사의 ‘저격 출마’ 논란도 일고 있다. 해당 모임 소속인 강위원 공동대표는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의 지역인 광주 서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도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신 40여명이 만든 ‘풀뿌리 정치연대’도 이 대표 체제를 전폭 지지하는 친명계 원외 조직이다. 소속 인사들의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 대거 출마가 예상된다. 이윤우 디오피니언 소장은 “친명 원외의 비명 현역 도전이 많아지면 공천을 둘러싼 다툼이 심해질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거센 요구와 친명 대 비명 갈등으로 공천과정에서의 민주당내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40% 수준의 인물 교체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586세대 등 기성 정치그룹의 인적 쇄신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하위 10% 이하 의원들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30%로 강화해 당내 물갈이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처럼 하위 몇 퍼센트 의원들을 아예 공천을 배제하진 않지만 경선 득표에서의 감산 비율을 강화해 경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부 의원들에 대해 용퇴를 강력하게 권고한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하위 10% 의원이 공개되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적 쇄신 규모와 내용이 승패 가른다
국민은 선거에서의 인물 교체를 혁신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선거 승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여야가 모두 인적 쇄신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1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당 대표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규모 물갈이를 통해 ‘노무현 탄핵’ 역풍 속에서 대참패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중 40.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비례대표 후보 43명 전원을 교체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 이어 김형오, 박진, 원희룡, 장제원, 홍정욱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과반을 차지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대거 물갈이에 나섰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외부에서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내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이해찬 의원, 유인태 의원, 정청래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의 핵심 인물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그 결과 민주당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해 원내 1당에 등극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요인 중 하나로 장관 겸직 의원 4명의 불출마 선언이 꼽힌다. 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사태 등 정부에 대한 책임론과 지지층 분열 우려에 이들이 책임을 진 것이다. 덕분에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을 얻어냈고,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얻어 총 180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여론조사 전문가나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도 인적 쇄신 경쟁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갈이를 많이 하는 쪽이 유권자들이 보기엔 혁신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에 대해 국민 호감도가 낮은 상황에서 현역의원들 물갈이하면 할수록 당 쇄신 지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이 영남권 중진을 완전히 100% 물갈이 하면 수도권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말했다. 민주당도 이에 대응해 큰 폭의 물갈이에 나설 경우 인적 쇄신 경쟁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인물 교체 규모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인사들이 영남권에 출마하면 갈등이 나타날 수 있고, 민주당은 친명 위주로 후보가 꾸려지면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여야가 물갈이는 다 할 것인데 어떤 인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의 경우 검사 출신이나 대통령실 출신들이 포진하면 그건 물갈이가 아닌 대통령 사람 심기로 볼 수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 쪽 사람들이 대거 들어가면 국민은 인적 쇄신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물갈이의 성격을 봐야한다는 의미다. 되레 당내 분란만 커져 지지도를 깎아 먹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여권 고위 공직자 출신에서 총선 출마 예정자만 50여 명에 달한다. 장차관급 인사는 15명,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행정관 등은 34명 정도다. 정부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들이 국회로 진출해 국정을 뒷받침할 장점도 있지만 공천과정서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중진 다선의원 민주당 ‘서울 기득권’ 이미지
민주당은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 그래서 당시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몽둥이를 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체로 서울 표심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계열 정당을 오가며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양당의 역대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수를 보면 ▲2004년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32 vs 한나라당 16 ▲2008년 18대 총선, 한나라당 40 vs 통합민주당 7 ▲2012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30 vs 새누리당 16 ▲2016년 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35 vs 새누리당 12 ▲2020년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41 vs 미래통합당 8 이었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에서 승리한 후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압승했다. 민주당은 기세등등했고 ‘20년 집권론’이 횡행했다. 하지만 2021년 4·7 재보궐선거, 2022년 대선, 2022년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오만한 발언과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심의 분노를 초래해 유예됐던 심판론이 폭발한 것이다. 현재 여론 조사 결과만 본다면 국민의힘이 이길지, 민주당이 이길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서울 기득권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선수를 기준으로 봐도 민주당은 몸이 무겁다. 4선 의원이 김영주, 노웅래, 안규백, 우상호, 우원식, 이인영 등 6명이고 3선 의원도 김민석, 남인순, 박홍근, 서영교, 유기홍, 인재근, 전혜숙, 정청래, 진선미, 한정애, 홍익표 등 11명에 달한다. 문제는 국민이 다선 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구에 현역 의원, 그것도 다선 의원이 많은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현재의 의석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살펴본대로 서울 민심은 빠르게 변한다. 민주당으로서는 공천에서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물갈이로 그쳐선 안 되고 방향성을 명확히 잡고 상징성 있는 신진 인사를 영입해한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당내 계파 보스인 대구·경북의 김윤환 고문과 옛 민주당계의 이기택 고문을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공천 학살’이라 불리는 공천 개혁을 단행해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 vs 이재명 사법리스크
4월 10일 22대 총선 운명을 가를 변수는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와 민주당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후 1년 반 동안 3번의 비대위 체제를 거쳤다. 집권여당 자체가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다 지난해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 비대위 체제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한 비대위원장이 갖고 있는 신선한 정치 문법, 대야 전투력, 높은 호감도 등만으로는 총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남은 한두 달 사이에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인식을 뒷받침할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이미지가 50% 후반~60%를 오가는 상황이다. 김부곤 데일리리서치 부소장은 “그 부정 요인을 찾아서 제대로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정치 경험이 없다는 건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 공천 혁신 과정에서 기득권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을 다독이면서 대야 관계를 풀어가는 건 큰 숙제다.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아킬레스건이다. 당내 강성 지지층은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정치탄압으로 보지만 국민 인식은 또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부터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한숨 돌렸지만 대장동 특혜 의혹,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의 재판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위증교사 혐의는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선 민주당과 이 대표가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재판 결과와는 별개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의 회귀에 무게를 싣는 듯한 태도도 신뢰 상실 위기를 초래했다. 이윤우 디오피니언 소장은 “거대 야당의 대표가 약속을 뒤집는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말과 행동을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은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신당·이낙연 신당, 제3지대 연대 솔솔
윤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우던 이준석 전 대표가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방향이 잡히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에 본격 돌입했다. 당의 소재지는 여의도가 아닌 강서구 공항대로 396 귀뚜라미빌딩 3층’으로 돼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업무 편의상 임시방편으로 서울시당과 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7일 현재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가칭 ‘개혁신당’이 당원 모집 나흘 만에 온라인을 통해서만 4만명 넘는 당원을 확보했다. 이 전대표와 개혁신당 창당에 합류한 천하람·허은아·이기인 개혁신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온라인 당원 모집과 별개로 지난 6일 대구에서 길거리 당원 모집 운동도 펼쳤다. 개혁신당은 이르면 이번 주 시·도당 창당 및 등록신청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0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8일에는 1호 정강·정책도 발표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와 방송산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방송법 개정을 약속하며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을 공식화했다. 현재는 이재명 대표 흉기피습 사건 여파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과 신당창당은 예정된 수순으로 정치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정도 일정이 딜레이되겠지만 큰 방향에서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이 전 대표측의 설명이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낙연 전 대표측은 여의도 국회 앞 한 빌딩에 당사사무실을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당 창당 명분을 이 전 대표는 “양자택일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국민께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지난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 대표직 사퇴를 고리로 이 대표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이낙연 신당’ 출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낙연 신당창당이 공식화하면서 친이낙연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합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옛 동교동계 출신인 이석현 전 의원이 탈당해 합류를 선언한 가운데 현역 의원 중에선 민주당내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인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탈당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1월 말 정도 시점이 되면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이낙연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신당 창당 세력간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이준석 전, 이낙연 전 대표는 모두 서로 연대 가능성을 열어둬 향후 여야 신당이 어떻게 합종연횡을 이뤄낼지 최미의 관심사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상호보완적 결합이 된다고 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양당 정치의 최악의 폐해를 끝내자는 뜻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이준석 전 대표를 언제 만날 것인가 하는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양당의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깨는 일이 손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준석·이낙연 신당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향신문이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일~3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신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에게 어느 신당을 뽑고 싶은지 묻자 이준석 신당이 25%로 이낙연 신당 12%를 앞질렀다.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씨앤알이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해 12월 22~23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이 창당된다는 가정하에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민주당(33.1%), 국민의힘(29.6%) 순으로 답했고, 이준석 신당은 10.5% 이낙연 신당은 9.2%였다. SBS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을 포함시켜 4월 총선때 어느 정당에 투표할 건지 물었더니 민주당 33%, 국민의힘 27%, 이준석 신당 12%, 이낙연 신당 8% 순이었다. 두 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에 대해서는 이준석 신당의 경우 찬성 46%, 반대 40%였다. 이낙연 신당은 찬성 39%, 반대 47%였다. 종합해 보면 이준석·이낙연 두 신당을 합쳐 지지율은 20% 내외다. 그만큼 기성정당에 대한 염증·불만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
하지만 통상 신당 지지율이 계획 발표 직후 가장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신당이 신당 창당시점을 전후해 10%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여파도 이낙연 신당세력에겐 악재다”라면서 “정치라는 게 속도를 얻었을 때 가속이 붙어야 움직일 수 있는데 한번 주춤하면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새롭게 창당하는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연대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합류여부에 따라서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신당 세력이 제3지대에서 하나의 빅텐트로 모인다면 그 파괴력은 예측불가다. 현실적으로는 하나의 빅텐트 아래 모이지 않고 상호 지원하는 선거연대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 정권안정론 vs 정권심판론 팽팽
신년 여론 조사 추이를 종합해 보면 정권안정론 vs 정권심판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오차범위내 접전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드리운 암운이 이른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힘입어 어느 정도는 걷혀가는 형국이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인해 야당도 언제든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민심의 경종이 중요한 메시지로 읽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국단위 신년 여론조사는 모두 9개였다. 그 가운데 8개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오차범위내 접전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다. 다만, 조사방식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보인다.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는 모두 5개로 오차범위 내의 결과가 많아 우열을 구분하긴 어렵다. 수치상으론 민주당 지지 수치가 높았고, 한 곳은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사람이 직접 조사하는 전화면접방식에선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4곳 가운데 2곳이 국민의힘 수치가 높았고 1개는 동률이었다. 조사방식과 오차범위를 감안해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조금 더 높게 나오는 ARS조사는 전화면접방식보다 정치 고관여자 응답 확률이 높을 거란 분석이 많다. 한편, 제3신당을 지지한 응답자의 80~90%가 여야 지지를 보류했던 무당층 또는 중도층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여론 추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나 정권심판론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야 모두 아직 중도 표심에 머물러 있는 유권자들을 얼마나 설득해낼 것인지가 관건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여권 지지층 결집도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실망이 커지는 흐름은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탈하려는 민주당 지지층을 복원할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이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에는 ‘이재명 때리기’ 이외의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이재명을 사법처리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모습이다. 역대 어느 집권당도 야당 때리기만으로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 국민의 정치 혐오증만 부채질 할 뿐이다. 여야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다는 여야 동시심판 흐름은 강한 현역 물갈이 교체 요구로 나타났다. 과거 안철수 신당처럼 언제든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할 인물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는 경고가 늘 상존하는 셈이다. 22대 총선을 3개월 가량 남긴 현재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 비전과 정치력을, 민주당 이 대표는 통합과 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 위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