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축구공 하나가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2010년 6월, 지구촌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관심을 두고 있다. ‘Welcoming the World Home’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6강을 넘어 8강, 결승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8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그 열기는 극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는 축구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을 모아 ‘슈팅 필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섹션을 마련했다.
‘슈팅 필름’에는 <내 마음 속의 가루다>, <축구소년 템바>, <레니를 찾아라>, <와일드 싸커 번치 5>,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 <풋볼 언더커버> 등 6편의 축구 영화들이 관객들의 가슴에 시원한 강슛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축구소년 템바>와 <레니를 찾아라>는 현재 월드컵의 무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고스란히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눈길을 끈다.
올해 월드컵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역대 최초의 월드컵이지만 그동안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아와 빈곤이 존재하는 아프리카로는 향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들어 월드컵의 규모가 커지면서 월드컵은 본래의 정신을 잃어갔고, 축구를 통한 화합이라는 초심보다는 상업적인 목적과 결탁했다. 이 영화들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잔치인 월드컵에서 늘 소외받을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의 사회상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축구소년 템바>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주인공 ‘템바’가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공포가 만연한 남아공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성장담을 들려준다. 이 영화에서는 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옌스 레만’이 ‘템바’의 재능을 발굴해주는 코치로 출연해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부드러운 푸른 잔디 대신 거칠게 드러난 붉은 계곡이 펼쳐진 남아공의 삶 속에서, 아프리카의 마라도나를 꿈꾸는 ‘템바’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또 다른 영화 <레니를 찾아라>는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코믹영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실상을 발랄한 터치로 그려낸 축구 코치 ‘레니’와 아프리카 부족장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마을의 사활이 걸린 축구시합의 승리를 위해 뭉친 오합지졸 축구단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전개된다. 영화에서 축구는 단순한 운동 경기에 머무르지 않을 뿐 아니라 가족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이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 등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들이 말해주듯, ‘슈팅 필름’ 섹션의 영화들이 선사할 스포츠 영화로서의 감동은 계속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은 2010년 월드컵의 남아공 개최를 두고 ‘도덕적 의무’에 따른 결정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 월드컵 개막식에서 사커시티를 가득 메운 아프리카인들은 월드컵의 환희가 돈이 아닌 열정으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지구인들은 지금이야말로 편견과 환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미지의 대륙에서 울려 퍼지는 부부젤라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