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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탑뉴스의 법칙 ‘백인들이 감탄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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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한국적인 행사를 방영하는 뉴스의 포맷을 한번 떠올려보자. 이를테면 신명나는 풍물놀이라던가, 한지 만들기 체험장 같은 현장을 보도할 때 카메라가 선호하는 취재원은 백인이다. ‘원더풀’을 외치는 외국인들의 흥미진진해하는 표정을 클로우즈업하는 것은 상투적인 보도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언론이 얼마나 ‘외국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언론의 태도는 전반적인 사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가 뭐길래
최근 각종 매체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정상에 오른 하인스 워드(30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일면에 장식하며 새로운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켰다. 워드는 미국에서 이미 영웅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NFL 결승전)의 최우수선수(MVP)가 드라마틱한 인간승리의 스토리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병사와의 사이에서 난 혼혈아를 NFL의 스타로 변신시키기까지 어머니 김영희(56) 씨의 눈물겨운 사연은 미국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른 인간승리 드라마는 미국적 영웅의 전형적 조건. 거기다 가족주의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사는 미국인들에게 모성신화까지 더해진 워드는 ‘준비된 영웅’이라고 할만 했다.

물론 워드의 ‘영웅 조건’은 한국에서도 통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혈연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슈퍼볼에 관심조차 없던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할 때 워드는 스포츠 영웅이기보다 민족영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나 혼혈인, 심지어 이민자들까지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 씨에게 새삼 감동한 것은 워드를 미국인들의 영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정서를 생산해낸 장본인은 언론이다. 워드에 관한 기사 중 ‘워드의 영웅 스토리 美언론 극찬 릴레이’ ‘한국인의 혼으로 뛰었다’ ‘한국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 ‘한국 어머니힘 미국의 별 만들다’ ‘한국의 피 미국의 신화 쓰다’ 같은 민족을 강조한 제목이 많은 것은 언론의 시각을 잘 입증한다.

스포츠 저널의 민족주의 프레임
타지에서 어려움을 딛고 민족적 자긍심을 지켜온 감동 스토리는 대중을 사로잡을 만하고 충분히 영웅이 될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기사의 레벨을 매기는 기준이 혈연 중심의 민족지상주의에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일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윤여광 씨는 박사 학위 논문 ‘한국 언론의 스포츠 영웅에 대한 보도 특성과 수용자 인식 연구’(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통해 스포츠 기사의 이 같은 민족주의 경향을 밝혀내기도 했다.
윤씨는 지난 2003년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수립한 이승엽의 사례를 통해 신문(스포츠조선, 중앙일보)과 방송(MBC-TV, KBS-1TV)의 ‘영웅 프레임’이 상업주의 승리지상주의 등과 함께 민족주의가 핵심 프레임을 지적했다. 특히 스포츠전문지의 경우 민족주의를 가장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는 “미디어스포츠의 프레임 빌딩 과정에서 조직과 개인의 이데올로기가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현대문학연구자 천정환 씨는 “손기정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통해 절대 다수의 조선인은 ‘조선의 저력’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게 손기정의 승리는 대일본제국의 승리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상상된 조선인의 승리’였을 뿐이다”며 민족주의의 허구성을 강조했다.

또한 천씨는 “민족주의는 인류가 근대에 길러낸 가장 위험하고 저질스런 발명품 중의 하나”라며, “우리가 저 잔인하고 엉큼한 일제 파시즘과 미 제국주의에 밟히고 찢기며 식민지ㆍ신식민지 시대를 살아냈다는 피해 사실이 민족주의에 대한 아픈 성찰의 의무를 면제해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밖에서 잘 하고 있다니…’
미국에서 영웅의 조건은 외모와 성공신화에 있다면 한국에서 영웅의 핵심 조건은 ‘서구에서 인정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류 스타들은 한국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아도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외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보이지 않은 활동, 혹은 더 중요한 활동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의 문화 보도에서도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보다 민족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가수 비나 보아가 9시 뉴스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국외 활동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혁신적인 음악을 내놓거나 놀랄만한 팬을 거느려도 9시 뉴스에 연예인이 출연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미디어의 현실이다. 비나 보아의 노래 제목 단 하나도 모르는 중 장년층도 비나 보아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은 미디어가 대중의 정서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파생시키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유럽과 미국의 유수영화제에 수상하며 찬사를 받자 한국 언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급등하는 기현상이 연출된 것도 같은 사례다.

최근 문화계의 최대 화재 중 하나였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씨의 사망에 대한 언론 보도 또한 비합리적 민족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전위예술의 세계적 거장 백씨의 사망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위예술에 대해 철저히 배타적인 주류 언론들이 백씨에게 새삼 지면을 할애한 ‘진짜 이유’는 그가 외국에서 인정받는 예술가이기 때문이었다.

“주체 시선 없고 타자 시선만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백씨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열등감으로 지적했다. “백남준의 평론은 모두 외국 평론가의 말이다. 그가 어떠한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가 평소 읽지는 않아도 잘 아는 미국 신문과 방송, 그리고 전문가와 예술 단체에서 그를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 전해지고 국내에서는 모두 그것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열세 콤플렉스에 따라 백남준이 한국인임이 강조됐다. 하지만 그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고 우리는 백남준을 추켜세우고 신화적 인물로 만들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또한, “권위 있는 이들이 인정했으니 더 이상 평가에 대해서는 불문율이다. 그럴수록 한국인이 만든 예술 작품이라며 사회적 단가는 올라간다. 주체의 시선은 없고 타자의 시선만 있다”며 문화 민족주의가 지배하는 언론의 보도 스펙트럼을 비판했다.

맹목적인 민족주의적 보도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황우석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태극기를 꽂고 왔다’ ‘토종과학자’ ‘세계 언론의 주목’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황우석에 관련된 기사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내용’보다 민족적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계의 작은 문제제기들은 힘을 얻지 못했고, 윤리적 쟁점에 대한 공론화도 묻혀버렸다.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과학 저널리즘은 ‘세계 최초 한국인’이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은 비중 있는 기사를 보기 힘들 정도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미디어 비평가는 “한국에는 진정한 과학 저널리즘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혈연의 공동체의식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현실의 진정한 문제와 내용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면에서 분명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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